인정의 맛을 알아버린 중학생 시절

-바느질이 좋아졌다.

by 박현주


내 바느질의 역사는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정 시간에 만든 몇몇 작품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조리 파우치가 역사의 시작이 되었다. 그 역사가 이렇게 길어질 줄 그때는 진정 몰랐다.


20년도 넘은 기억이지만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빨간색 바탕에 알록달록 땡땡이 원단으로 만든 조리 파우치!!

줄을 잡아당기면 오므라지고 벌리면 열리는 복주머니 같은 형태의 가방이었다.

바늘을 직접 들고 한 땀 한 땀 꿰어나가는 일은 신선하면서 재미난 경험이었다.

바닷가에서 자란 나는 낚시하고 물놀이하는 게 최고의 취미였는데 엉덩이 힘으로 하는 취미는 독서 이후로 처음이었다.

원단을 자르고 꿰매어 잇고 뒤집다 보니 작품이 탄생하는 게 신기하다 못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당시 가정선생님의 인상도 독특해서 잊을 수가 없다.

배구선수처럼 키도 크고 안경에 파마머리, 이 교정기까지 장착하신 여선생님이셨다.

"정말 잘했네, 엄마가 해주신 거 아니지?"

"네!! 제가 했어요~"

나는 단숨에 대답했다. 100프로 내손을 거친 순수한 내 작품이었다. 역시나 실기점수는 만점!!

선생님의 칭찬에 나는 몸 둘 바를 몰랐다. 세상이 내 것인 거처럼 의기양양했다. 칭찬 한마디 덕분에 한동안 바늘과 잦은 만남을 가졌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 후, 가정 시간마다 날 향한 선생님의 시선은 창가 너머로 들어오는 아침햇살처럼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했다.

거기다 만드는 족족히 칭찬세례가 이어졌다.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최선을 다하니 이렇게 인정해주시는구나. 열심히 해야겠다'

학생의 본분에 맞게, 내게 주어진 모든 일에 열심을 내고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피부로 느꼈던 시간이었다.

날 향한 선생님의 따뜻한 시선, 친구들의 부러운 눈초리는 내가 살아있음을, 사랑받는 존재임을 확인시켜준 달콤한 진실이었다.

그냥 좋았다. 그저 좋았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인정을 받는다는 것'

그 사실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그 원동력으로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여중생의 마음으로 산다.

지금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인정받고 싶음에 대해 갈증이 날 때도 있고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인정받고 싶은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같다.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사랑받는 존재라 느끼고 싶은 것!

살아가는데 어느 쪽에 가치를 더 두냐에 따라 집중해야 할 것들이 달라진다.

예전엔 인정받기 위해 달렸다면 지금은 인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놓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달린다.

지금의 호흡으로,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달려보려 한다.

남들이 인정해주는 것보다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는 그날을 기쁘게 맞이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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