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공부도 하시고 독서와 글쓰기, 민화까지 두루 섭렵하신 분이신데 배울 게 정말 많은 분이다. 만나고 나면 옆길로 가고 있는 나를 제자리로 데려다 놓아주시는 나침반 같은 분이라 늘 감사하고 존경한다.
며칠 전 '신과 나눈 이야기'란 책을 찾고 계신다고 지인전화 너머로 듣게 되었고 마침 갖고 있던 책이라 오늘 전해드리기 위해 만남을 가졌다.
다른 지인께서 집옆에 아기자기한 카페를 오픈하셔서 한번 가보려 했는데 때마침 그곳에서 보자 하셨다.
'우와~~ 너무 아기자기하고 이쁘다'
원래는 천막이 쳐져있었고, 원테이블로 되어 있어서 가게(인도소품샵)에 오시는 분들께 짜이나 커피를 무료로 대접해 주셨던 자리인데 명절을 보내고 갔더니 어엿한 커피숍의 자태를 하고 있었다. 사장언니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장소였고 두리번거리다 나도 이내 이곳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버선발로 반겨주시는 사장언니와 짧은 인사를 뒤로 하고 만나기로 한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내어주신 향긋한 쟈스민차
선생님께서는 못 본 시간 동안의 안부를 물으셨고 바느질은 방학중이며 글을 쓰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책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꿈을 위해 한 발자국씩 떼어가며 걸음마 중이라고 알려드렸다. 선생님의 지인분 중에 유명한 작가님과 교수님도 계신다며, 나만 열심히 한다면 얼마든지 연결시켜 주시겠다 하시니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해졌다. 안부 대화 후, 글에 대한 조언도 이어졌다.
"온실에서 큰 화초는 주인의 관심과 애정으로 곱게 자라지만 비바람 맞고 자란 화초들이 온실의 화초보다 향이 더 깊고 진하게 퍼지는 거 알아요? 부모 잘 만나 편하게 글 쓰는 사람들보다는 온갖 역경, 어려움 겪고 이겨낸 사람들의 글은 전혀 다르게 다가와요. 현주 씨도 살면서 어려운 일, 힘든 일이 있겠지만 힘들게만 여기지 말고 진심을 녹여 글을 쓰다 보면 누군가에겐 훅 와닿는 글, 감동과 위로가 되는 글을 쓸 수 있게 될 거예요."
"제가 여기저기 한눈 많이 팔았지요?"
"아니야~ 여기저기 다녀봤기 때문에 내 일이 소중하고 이 일이 맞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잘해봤어요. 현주 씨가 겪은 모든 일들이 헛되지 않을 거예요. 발효음식이 구수하고 깊은 맛을 내는 것도 똑같은 원리예요. 바로 한 생생한 음식은 깨끗하고 날것의 맛은 느낄 수는 있지만 된장 같은 발효음식은 묵힐수록 깊은 맛을 내잖아요. 묵히고 묵힌 나의 이야기들을 잔잔히 끄집어내다 보면 그것 또한 진하게 다가오는 글이 될 거예요. 찻잎도 그렇잖아. 생생한 잎 우려내는 것보다 여러 번 덖은 게 구수하고 더 맛있듯이. 응원해요."
이보다 더 어떤 말들이 힘이 되고 응원이 될까? 선생님과의 시간이 보약 한 첩 먹은 것 같았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몇 년 전, 나는 무슨 용기였는지 자가출판으로 책을 만든 적이 있다. 그 책을 읽어보셨던 지인 중에 한 분이신데 그 글을 보시고 너무 순수하고 때가 안 묻었다고 얘기해 주셨다. 분명 돌려 얘기해 주셨음을 안다. 그 책을 보셨기에 오늘 같은 진심 어린 조언도 해주신 걸 테고.
그때보다는 글도 더 많이 쓰고, 배우고, 읽고 있다. 나는 아직도 성장하는 중이기에 오늘 나눈 대화는 내 글쓰기인생에 크나큰 자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오늘 받은 자양분으로 편협하지 않고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큰 그릇의 사람이 되어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또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안겨주는 포근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