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15분여를 달려 우린 '동궁과 월지'에 도착했다. 겨울은 이미 지나간듯한 분위기, 주차장부터 빼곡하다. 경주시민이라는 특권으로 신분증제시 후 무료입장권을 받아 입장했다.
오랜만에 왔더니 반가운 마음에 눈으로 담고, 사진으로 담고, 여러모로 포만감 드는 산책을 했다. 얼음 때문인지 그 많던 잉어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물고기를 찾던 신랑의 아쉬움이 내게도 전해진다.
'달빛이 아름다운 연못'이라는 월지에 왔는데 달빛이 보이질 않는다. 달빛을 대신한 조명들만이 연못을 밝히고 있다. 아무렴 어떠나. 밝은 빛과 어우러진 전각들의 자태는 수려하고 매혹적이기까지 하다.
신라시대 때는 이곳에서 연회를 베풀기도 했고, 태자가 거처하던 동궁(세자궁)으로도 사용되었다 한다. 세자가 이곳을 거닐었다 생각하니 세월의 간극이 좁아지는듯하다.
그런 곳이 안압지라고 불렸던 시절이 있다. 조선시대에 폐허가 된 이곳을 드나들던 시인과 묵객이 기러기와 오리가 드나들자 기러기(안) 오리(압) 연못(지)라고 불렀다 한다.
지금은 바뀐 이름에 걸맞게 경주야경명소가 되었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주시니 경주시민으로서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 시절의 사람이 된 것처럼 전각에도 올라 보고 사진을 찍어가며 한 바퀴를 금세 돌았다. 신랑도, 나도 왠지 아쉬웠다.
동궁과 월지로 나와 오른쪽으로 100m쯤 내려가면 첨성대로 가는 길을 만날 수 있다. 첨성대까지 들렀다 돌아가기로 하고 우리는 산책을 이어갔다.
'월성해자'가 보인다. '해자'에 대해 신랑의 이야기주머니가 펼쳐졌다.
해자는 성곽둘레를 따라 땅을 파고 물을 받아 적군이 쉽게 침범하지 못하게 만든 방어시설이라고 했다.
이곳은 신랑이 직접 공사를 했던 곳이었고, 다시 찾은 것에 대한 반가움이 느껴졌으며 이야기하는 목소리도 살짝 들떠있었다. 들어갔던 재료, 쓰인 도구들, 일하며 있었던 에피소드등을 모조리 쏟아내며 내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듣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고 재밌어서 추운 것도 잊은 채 계속 걸어 나갔다.
해자를 지나면 선덕여왕 때 지어진 첨성대가 보인다. 그 곁으로 흙무지가 펼쳐져있으나 봄이 되면 꽃단지가 펼쳐질 것이기에 상상의 눈으로 꽃들을 즐기다 돌아왔다.
경주에 살지만 속속들이 모르는 부분도 많다. 이렇게 다니며 알게 되는 것들은 기록하며 다시 한번 되새기고 싶다. 오늘은 가족과 함께여서 행복하기도 했지만 경치의 아름다움도 선물 받고, 역사의 한 겹을 들춰본 것 같아 의미 있는 시간도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