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바느질을 해서 그런지 허리도 펴고 싶고, 여유다운 여유도 느껴보고 싶어서 영화창을 열었다. 실화를 다룬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망설임 없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
미리 보기도 하지 않고 바로 보기에 들어갔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 라는 문구로 영화의 시작을 알렸고, 그 한 줄의 글은 내 호기심을 끌어당기기에 충분했다.
망망대해에 뜬 배 한 척, 그 배에 앉아있는 주인공 오마르가 보인다. 어릴 적으로 전환되어 배에서 낚시를 하다 큰 물고기를 낚은 듯 배가 뒤집어지며 화면이 바뀌고 오마르는 꿈에서 깨어난다.
오마르는 아내와 보육원을 운영하고 있다. 멕시코 ' 카보 산 루카스'가 배경인데 이곳은 마약전쟁으로 인해 길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이 넘쳐나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오마르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여러 고아들에게 '오마르아빠'로 불리며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핀다.
보육원의 지원이 끊어지기 시작했고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는다. 설상가상 금전적인 위기에 놓여 보육원이 조만간 사라질 처지에 놓인다.
안 좋은 일은 왜 한꺼번에 오는 건지, 보는 내내 가슴도 아려오고 답답했다.
태풍이 지나자마자 엄청난 상금이 걸린 세계 최대의 낚시대회가 열린다.태풍으로 많은 팀들의 취소가 이어졌고,낚시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안달 난 선장 웨이드가 이때 등장한다. 웨이드는 이 대회에서 2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저력이 있지만 괴팍하기 짝이 없고, 낚시대회 참가비가 없어서 쩔쩔맨다. 낚시 대회 주최 측은 보육원의 어려운 금전 사정을 때마침 듣게 되고, 대회 주최 측에서 보육원아이들과 함께 출전하는 조건으로 웨이드를 낚시대회에 출전시킨다. 중요한 건 단 한 번도 낚시라는 것을 해본 적 없는 아이들이었다.
이 낚시대회는 3일 동안 청새치를 잡는 대회인데 한번 낚싯대를 잡은 사람이 끝까지 잡아야 하는 규칙이 있다.
첫날, 둘째 날까지 실패하게 되고 선장 웨이드는 꼼수를 부려 2등이라도 할 욕심을 부린다. 대회수상 1번도 이런 꼼수로 1등을 했다는 선장의 고백에 오마르는 갈등한다.
대회 마지막날, 오마르는 웨이드의 꼼수를 저지하고 모든 걸 포기하기에 이른다.
꼼수를 막고 진실된 행동을 한 오마르는 축 쳐져있는 보육원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나는 이 부분이 영화에서 제일 와닿았고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부분이 전부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잘 들어. 하고 싶던 말이 있는데... 웨이드선장님, 차토, 저희를 태워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예상치도 못한 기회에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쌓았어요. 결과적으로 우리는 필요한 물고기를 잡지 못했고, 그게 무슨 뜻인지는 다들 잘 알 거야. 난 언제나 너희한테 말해왔어. 마음을 다잡으면서 기회가 올 때마다 옳은 일을 하면 결국 잘될 거라고 말이지.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야.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어. 사실 자주 그렇지. 힘든 길을 택해서 올바른 희생을 치렀는데도 결국에는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헛되이 느껴질 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아. 왜냐하면 인생이 종종 그렇게 너희를 쓰러뜨릴 때 맞설 수 있도록 단단해졌으니까. 난 늘 너희를 사랑할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는 변함없이 내 아들이야. 난 너희 아빠고."
좋은 일도 있지만 우리는 예외라며 아이들은 하나, 둘 자리를 피한다.
대화 후, 이야기에 복선으로 나오던 못을 바다로 집어던지는 오마르. 기적은 그때부터다.
낚싯줄이 풀리며 무언가 잡혔음을 알아챘다.
선장은 오마르를 돕겠다 하고 40분간 청새치와의 혈투를 벌인다.
이 부분은 손에 땀을 쥐게 했고, 꼭 잡혔으면 하는 바람으로 영화를 시청했다.
흥미진진했고 어린 시절 오마르가 마주했던 두려움과 싸우는 장면은 울컥하게 만들었다. 아빠를 빼앗아갔던 바다와의 싸움, 자신을 괴롭히던 과거를 이겨냈다.
오마르가 포기하려 할 때, 선장님과 아이들의 끊임없는 응원에 힘입어 청새치를 낚게 되었고 낚시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쥔다.
영화가 끝이 나면 실제 인물들이 나오고 우승상금으로 지어진 '까사 호가르'보육원도 나온다. 끝까지 꼭 봐야 이 부분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에 오는 감동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영화를 꼭 봐야만 전해지는 훈훈함과 가슴 벅참이 있다. 가슴 훈훈해지는 영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정직하고 옳은 길이 언제나 좋을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옳은 길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영화다.
살다 보면 쉬운 길이 눈앞에 있을지 모르지만 어려운 길이라도 옳은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 신념 덕분에 오마르도 기적을 맛보게 된 것일 테고 나 또한 그 신념을 지지한다.
한 시간 반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애잔함과 감동은 나를 마구 흔들어댔다. 탁 트인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었는데 전해진 감동은 봄볕처럼 따사로웠다.
오마르가 아이들에게 전한 진심, 내가 느낀 따뜻함을 오늘밤, 나의 아이들에게도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