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전하지 못했던 진심이야

사랑하는 내 동생 현미에게

by 박현주

탄탄글쓰기의 보너스강의가 오늘 있었다.

'육탄글쓰기 파일럿강의'가 진행되며 편지 쓰기가 시작되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떠오르는 건 가족이었다. 머뭇거림 없이 2살 어린 여동생에게 마음을 띄워보았다. 내 브런치를 구독하는 동생에게 좋은 선물이 되어주길 기대하며 쓴 글을 공유한다.

(사투리부터 쪼금 수정했습니다^^;;)




현미야~~ 언니야. 편지를 쓰려고 너의 이름을 적는데 너에게 편지를 쓰는 게 처음이란 사실에 당황스럽기도, 미안하기도 했어.
언니 참 무심하다. 그렇지? 미안해.
40년을 가족으로 지냈다는 사실이 무색하리만큼 너무 무심했나 싶은 게 죄스럽기까지 하더라.


요즘 지내는 건 어때? 아픈 데는 없어? 신우신염 와서 입원했다는 소식 들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늘 건강조심하라면서 너는 왜 이렇게 부실한 거냐?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걱정 없이 학교도 잘 다닐 거 아니니~ 제발 네 건강부터 챙겨. 알았지?


석현이는 중학교생활 재밌어해? 효수는 중학교 간다고 실컷 들떠있어. 교복 맞추기 전에 살 뺀다고 열심이다. 아침저녁으로 줄넘기를 천 개씩하고 밥은 팍 줄이고 야채로 배를 다 채워. 그렇게 열심을 내며 다이어트하더니 지방을 잃고 독감을 얻었어.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모르겠다.


나도 다이어트에 들어갔는데 '자연식물식'이 좋대서 한번 덤벼보고 있다. 100일에 20kg나 뺐대. 너도 알듯이 딱 내가 원하는 목표잖아.ㅎㅎ 오늘 저녁엔 알배추 반통 씹었더니 턱이 날아갈 것 같다. 남의 턱을 꽂아둔 것 같아ㅋㅋ 배는 든든해서 좋네. 예전에 양배추다이어트할 때보단 턱이 덜 아파. 그땐 턱이 실종될 것 같았으니까.ㅎㅎ

너는 양배추다이어트 해봤어? 해본댔잖아. 시도해 봤는지 무척 궁금하네.



엄마는 요새 어찌 지내시니? 명절 때도 오래 못 보고 와서 많이 보고 싶네.
네가 동생인데 엄마까지 살피느라 고생이 많고 늘 감사해. 늘 언니 같은 너였기에 의지를 많이 하고 지냈던 것 같아. 엄마의 짐까지 네가 다 떠안을 때마다 가슴으로 눈물을 많이 흘린다. 그 고마움, 미안함 평생 잊지 못할 거야.

항상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해. 내 마음을 어찌 표현해야 너에게 닿을까? 내가 평생 갚으며 살게. 고맙다 내 동생♡


나의 기도제목 1번이 너인 거 알지?
빨리 회복되어서 너의 꿈도 이루고, 다른 친구들처럼 하고 싶은 거 다하면서 재미나고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


집에만 있음 얼마나 답답할까. 언니가 자주 가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해.
우리 조만간 여자들의 모임 다시 진행해 보자.
너 좋아하는 회도 사주고 바닷바람도 쐬게 해 줄게. 형부가 좋은데 가르쳐줬거든. 꼭 데리고 가줄게. 알았지?
애들 독감 다 낫고 개학하기 전에 얼굴 보러 꼭 갈게.


아이들 자라는 거 보니 세월이 왜 이렇게 빠른 거냐? 아이들 보니 너랑 자취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가게뒷방에서 좁고 추워서 껴안고 자고, 버스터미널 2층에 살 때는 매연 때문에 위염, 장염으로 매일 사투를 벌이고, 지금은 지나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땐 정말 힘들고 서글펐다. 그지?
그래도 그런 시간들이 있어서 너랑 더 진하고 단단하게 살아왔던 것 같아. 나쁜 일이 꼭 나쁘지만 않다는 게 이런 걸 보고 하는 얘기겠지?
힘들고 서글펐던 기억은 우리끼리 묻고, 우리 아이들 잘 키워보자^^ 이 얘기하면 엄마가 가슴 아파하잖아. 더는 얘기하지 말고 묻읍시다.



내가 이 말했었나? 정말 사랑하고 사랑해.
내 동생이어서 고맙고 감사해. 우리 다시 태어나면 또 가족 하자. 그땐 내가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줄게. 지금 받은 거 잊지 않고 기억했다가 100배, 1000배 갚아줄게.
죽을 때까지 니 옆에서 더 좋은 언니, 멋진 언니로 남을 수 있게 노력할게.
곧 봅시다. 동생♡


-하나뿐인 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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