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구멍이 생겼다

독서문화프로그램

by 박현주

지난 2월 22일.
친한 언니로부터 카톡이 날아왔다.
그림책 출판하기 수업을 듣자는 것!!

경주시립도서관에서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같이 듣자는 것이다. 이 언니는 작년 그림책지도사 3급을 취득했었기에 그림책출판을 배워보자 했다.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수강료는 무료이며 재료비와 시험, 혹은 자격증비용만 추가하면 되는 수업이라 선뜻하겠다고 했다.




2021년 9월 9일, 병원근무를 열심히 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일었고, 마음과는 달리 그럴 재간이 없던 나는 그나마 접근하기 쉬운 그림책에 도전했다.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책도 내고, 일석이조란 생각에 겁 없이 덤볐다.


출간기획서를 작성하며 누가(연령, 성별 등) 보았으면 좋을지, 주제는 무엇이며 어떤 책을 만들 건지 구상했고, 더미북이라고 미니 하게 미리 책을 만들어보는 작업도 해 보았다.


그림배치며 글의 자리까지 잡아보는 것도 배웠다.
이것 모두 독학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나는 무지했고 무식했다. 어디에서 무슨 용기가 솟아났던 것인지 무턱대고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스캔을 뜨고 나서 포토샵을 유튜브선생께 배워가며 한 장, 한 장 만들어갔다.

다시 생각해 봐도 대단히 용감했다.

도전을 좋아하던 나였고, 이번 도전이 무모한 도전은 아닌지 염려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하고 싶은 건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이상한 고집과 아집 때문에 끝까지 밀어붙였다.


POD로 책을 판매했는데 주문하면 제작이 들어가는 자가출판 제작방식이라 책을 받기 전까지 5~10일 정도가 소요되었고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책도 아니었다.

무슨 생각으로 책을 만들었던 건지 지금 보면 오글거려서 쉽게 오픈할 수도 없다.
그 당시엔 오로지 내 이름으로 된 책 하나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어있어서 내용도, 그림도 엉망진창이었다.
오일파스텔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은 분명 행복했는데, 지금 그 그림을 보니 낯설고 부족함 투성이다.
역시 용감했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



책을 준비를 하면서 POD출판에 대한 진정한 맛을 알게 되었으나 이제는 정식으로 배울 기회가 생겨서 3월 둘째 주부터 매주 1회씩 수업에 들어간다.
그 수업이 수요일 오전에 있고, 그림책지도사수업은 오후에 있어서 점심시간 1시간 후 달아 듣게 된다.
벌써부터 심장이 콩닥거린다.
배움이라는 건 역시 설렘을 주고 살아있다 느끼게 해 준다. 무언가를 배우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콩닥거리고 설렘이 느껴지는 것을 보면 삶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게 분명하다.


금요일엔 '책 속의 지혜를 담은 수채 캘리그래피'수업도 듣는다.
3월 개학하는 아이들 마냥 나 또한 설레고 두근거린다.
학생이 된듯한 이 기분, 너무 오랜만이기도 하고 그 시간을 통해 조금이나마 성장할 내 모습이 기대가 된다.




수업 신청을 위해 경주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딱 대기하다가 10시부터 광클릭을 해댔다.
총 3개 수업 신청에 성공했고 나는 이제 제대로 배울 수 있게 됐다.
그림책도 엉성하게 출간했고, 캘리그래피도 배웠으나 전시회를 끝으로 접게 되었던 아쉬운 과거가 있다. 늘 가슴속에 아쉬움 한 조각 끌어안고 살았었는데 기회가 온 것이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배우고 싶어 졌다.
이번에 신청한 모든 수업이 책과 관련되어 있어서 기쁘기도, 기대되기도 한다.
좋아하는 언니와 함께라 더욱 신이 난다.
6월 초면 모든 수업이 끝이 난다. 최선을 다해서 기초를 단단히 세울 것이고 하반기에도 수업이 있다 하면 꼭 다시 신청해서 기초 위에 기반을 단단히 다져나갈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성장하는 나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에 유독 3월이 기다려진다.
아이들 개학도 기다려지지만 엄마라는 계급장을 떼고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나만 생각하면 되는 시간이 생긴다는 사실에 전율이 인다.

엄마들이 말하는 일명 숨 쉴 구멍이 생긴다는 것이다.
두 달의 방학기간 동안 나보다 아이들이 먼저였고, 아이들 위주로 생활했던 터라 나를 위한 시간에 목이 말라있었다.

며칠뒤면 목이 타들어가던 갈증은 웬만큼 해소되겠지?
소풍날을 기다리는 아이처럼 오늘도 설렘에 잠 못 이루고 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