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주 씨~시간 괜찮아요? 접시가 딱 3개 깨졌는데 현주 씨랑 아무개, 아무개 씨네. 시간 맞춰서 다시 만들어요'
접시의 이음새에 공기가 들어가던지, 혹은 무늬를 낸다고 바닥 두께에 조금의 문제가 생겨도 그럴 수 있고 운이 안 좋으면 그럴 수 있단다. 접시하나에도 정성과 손길이 생각지도 못할 만큼 많이 들어간다. 도예는 정말 아무나 못할 것 같다. 나는 원데이 체험을 해본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2022년 봄, 딱 1년쯤 전의 일이다. '신바람경주행복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인지천'에서 1기로 참여했고 차와 명상에 관한 수업을 기본으로 하였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이 접목되어 체험할 수 있는 수업이 있었다. 그 수업 중 하나가 도예였다.
2017년부터 도예 하는 언니를 알게 되었고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던 찰나에 행복아카데미 수업도 함께 듣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찌나 반가웠든지 언니옆에 앉아서 첫 수업을 들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두어 달 정도 후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도예수업을 참여했다.
도자기 굽는 흙의 촉감은 시원했고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큰 접시로 준비해 주셔서 너무 좋았다. 지름이 28센티라며 이곳에서 가장 크다고 말씀해 주셨다. 역시 음식은 큰 접시에 담아야 제맛이 나지. 크기부터 대만족이었다.
처음 접시 만들 때는 내 작업실 앞에 핀 남천나뭇잎을 들고 가 찍었고 빨간 콩알 같은 남천 나무열매도 찍어 주었다.
내 것이 안되려고 그랬던 것일까? 그 접시는 영영 볼 수 없게 되었다. 나와 인연이 아니었던게지. 인연이 아닌데 억지로 잡고 있는 것도, 내 것이 아닌데 억지를 부리는 것도 모두가 부질없다는 것을 그릇을 만들며 깨우쳤다.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에게 오는 것들은 모두 감사히, 겸허히 받아들이자 생각했다.
얼마 후 다시 잡은 3명의 수업시간. 최선에 최선을 다했다. 초집중하느라 숨은 쉬는 둥 마는 둥 해가며 그릇을 만들어 나갔다. 흙과 흙을 붙여갈 때 칫솔로 상처를 살짝 내주며 물을 묻혀 연결해 나갔다. 쉬워 보여도 쉬운 게 절대 아니었다. 남이 하는 게 정말 쉬워 보이는데 내가 하면 정작 못한다는 것은 남이 자기 일을 멋지게 해내고 있다는 것이란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언니가 잘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직접 해보며 피부로 느꼈다. 실로 대단하다고 느꼈다.
손 모양 내는중
단체 수업 때는 물레를 이용해 손으로 무늬 내는 방법도 알려주셨다. 아낌없이 다 퍼부어 주셨다. 처음보고 처음 접하는 수업에 집중하고 감탄하느라 입을 못 다물었다. 게다가 언니네 특유한 그릇색은 오묘하면서 고급스러웠다.언니네 제품을 애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얼른 나의 접시와 마주하고 싶었다. 보름정도 후 나의 접시와 재회했다. 시어머니 생신 때 선물한 불두화 꽃나무의 잎을 몇 장 떼와 찍은 거였는데 잘 나왔다고 해주셔서 내심 기대했었다. 다행스럽게도 잘 나왔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어렵게 만났던 터라 애지중지하며 쓰고 있다.
직접한 요리들~^^
가수 홍진영 씨 본인이 가장 아끼던, 비싸고 좋은 무릎담요를 매니저가 잃어버린 사건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당황하던 매니저에게 미안해하지 마라 했단다. 없어졌으면 그것은 내 것이 아닌 거라고, 가져가서 누군가 잘 쓴다면 그게 더 좋은 거라고 했단다. 마음씀씀이에, 그런 마인드에 감탄했다.
인연이 아니라면 놓아줄 수 있을까? 맘 편히 놓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나는 자신이 없다. 자신은 그다지 없지만 연습은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무엇이든, 아직까지 연습이 필요하고 부족한 사람이며 작디작은 사람이다. 무엇보다 마음부터 넓어지고 싶다.
홍진영 씨 같은 넓은 아량으로 살고 싶고, 내가 만든 것같이 큰 그릇의 사람이 되고 싶다. 접시처럼 넓어져서 어느 누구든, 넓은 아량으로 받아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품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