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귀를 매력으로 밀고 있는 나지만 귀만 크면 뭘 하나. 얇디얇은 귀덕분에 가슴앓이했던 지난날을 다시 끄집어내려 하니, 씁쓸한 마음에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이것도 복이라면 복이겠지만 내 주위에는 아이디어가 넘치는 분들이 많다.
프리마켓을 다니며 찐 인맥을 맺게 됐고 어느새 6년이란 시간이 쌓였다.
그 시간 동안 나를 이끌어주셨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내 사업에 등대가 되어주신 분들이 많다.
정말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그때의 인연들은 대부분 공예작가들인데 그들의 센스와 사업수단은 배울 점이 너무도 많았다.
그런 부분이 미흡하고 소극적인 나는 그분들을 볼 때마다 배우는 것도 많았지만 한편으론 괜스레 움츠려들 때도 있었다.
조금 느려서 그렇지 나도 꽤 괜찮은 바느질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가도 가끔은 나 자신을 폄하하며 조금 남은 자신감마저 바닥을 치게 할 때도 있었다.
'비교'라는 건 하는 게 아니다. 분명 알고 있다. 나도 모르게 조용히 잠식해 있다가 야금야금 좀먹는, 아주 치사하고 나쁜 불청객인데 스멀스멀 올라올 때는 어쩔 수 없이 마주해야 했다.
그런 마음들이 한 겹 한 겹 쌓여 고단해질 무렵, 나는 모든 게 싫어졌다.
비교하는 나도, 조언이나 충고도 받아들일 수 없는 각박한 나의 마음도, NO라고 못하는 바보 같은 모습도 모든 게 싫었다.
그러나 돌고 돌다 보면 방황의 끝은 결국엔 이 자리였다.
그래서 이 일이 내 일이구나, 천직이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미우나 고우나 내 일이었다.
1년 전, 간호사로 일 하면서도 바느질이 좋아 새벽 4시에 일어나 바느질을 했다. 너무나 간절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새벽의 2시간은 행복하다 못해 황홀하기까지 했다. 가위질을 하고 미싱을 돌리며 나만의 시간을 보낸 후에는 기분 좋게 병원에 출근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원하면 이것, 저 사람이 원하면 저것, 끌려다니듯 주문을 받으면 기쁜 마음보다 부담감과 걱정으로 고달파졌다.
어떻게든 해보겠노라 대답은 했지만, 그래서 나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여기려 했지만 힘겨움과 괴로움에 발버둥이 쳐졌다.
'왜 나는 거절을 못하는 거지?'
'힘들면 힘들다 하지, 왜 못하는 거지?'
'NO라는 말이 호환마마보다 더 두렵고 무서웠던 것일까? 아님 착한 사람 콤플렉스 때문에 상대방에게 욕을 듣기 싫었던 것일까?'
매번 이런 일이 반복되자 결단을 내려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 눈치 보지 말고 행복하게 해 보자라고!
새벽에 주로 만들던 허리치마 주문받았던 수저집(커트러리 케이스)
이 일을 시작했을 때 행복했고, 외로움이 치유됨을 느꼈고, 사랑받는구나 느꼈기 때문에 놓을 수가 없었던 것인데 내가 그 모든 걸 흐리멍덩한 마음 때문에 다 놓치고 힘들게 살고 있구나란 확신이 들었다. 더 이상은 이렇게 살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 결단을 시작으로 나는 NO를 아주 편하게 쓰고 있다. 마음이 잠시 불편할 뿐, 힘들고 괴롭진 않다. 나를 위해 조그마한 용기를 낸 것뿐인데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그리고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들을 만들며 재미나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왜 진작 이리 살지 못했을까?"
나보다 먼저 걸어간 사업 선배님들의 말이 전부 옳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따랐을 때 손해는 없을 거라 여겼다. 그렇다. 손해는 없었으나 그 시간만큼 마음은 힘들고 괴로웠다.
나만의 지도가 필요했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어느 길이 맞고 틀린 지 말이다.
나만의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나만의 룰도 정했다.
내가 원하는 목표를 정하고 곁눈질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리고 욕심부리지 않겠노라 마음먹었다.
내가 걸어가는 길 하나하나가 다 옳을 수는 없겠지만 시행착오도 오롯이 내 몫이니까 한 걸음씩 걸어 나가보려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걷는 이 길과 같은 길을 걷는 선배님들을 하나둘 만나게 됐고 그 지경도 넓어지고 있다.
'진즉 이랬다면 참 좋았을 텐데, 달리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 보니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긴 되는구나' 다시 한번 시행착오의 힘을 깨닫게 됐다.
새로 태어난 느낌이다. 초심의 나를 다시 만난 것 같다.
자그마한 용기를 내었을 뿐인데 나의 삶은 판연히 달라져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힘든 시간을 이겨내다 보니 나도 조금은 단단한 사람이 된 것 같다.
유리 멘털이었지만 조금씩 강해지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는 것도, 와닿지 않는 조언이라도 가끔은 수용해야겠지만 내가 먼저 굳건히 바로 서는 게 첫 번째 숙제였다. 팔랑거리는 귀와 함께 춤추는 일은 없어야 했다.
용기란 두려움에 대한 저항이고 두려움의 저항이다. 두려움이 없는 게 아니다 -마크 트웨인
두렵지 않은 게 아니다. 그러나 용기를 냈고 자유를 얻었다. 용기 1파운드는 행운 1톤의 가치가 있다 했다.
나는 용기를 내고 행운과 행복,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앞으로도 나 자신에게 솔직한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남의 눈치 보는 일로 나를 괴롭히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