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2년 전만 해도 그런 마인드였던 것 같다. 들고 다니기 귀찮고 챙기기 번거롭고, 설거지해서 물이랑 세제 쓰면 샘샘이라는 생각이었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었다.
어느 날, 친구에게서 텀블러를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고 실행에 옮겨보았다. 웬걸~너무 예쁘기도 했고 코로나 시대이기에 더욱 쓸모 있고 만족도 높은 소품이 되었다. 지구를 살린다는 명목도 있고 이쁜 원단을 이용해 나만의 텀블러도 탄생시키다 보니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많았다. '이거다!! 이거야!!'
요즘 '제로 웨이스트'가 트렌드다. 주목받고 있는 방향성이다. 지구를 실컷 아프게 하고 이제 와서 살려보겠다고 난리들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 미래에 우리 아이들이 조금은 건강하게, 깨끗하게 살 수 있을 테니 힘을 보태는 게 맞는 것 같다.
한창 제로 웨이스트가 붐을 일으켰을 때 나도 소창 행주를 만들었었다. 경주를 상징하는 첨성대 도장까지 파서 찍었으나 구매자가 그다지 없었다. 그래서 그 뒤로는 소창 행주와 이별했다.
그 당시에는 일회용품을 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보다 쓰레기 줄이기에 초점을 두었다. 그래서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둔적도 있다.
'업사이클링?'
그건 또 무슨 말인가? 했다. 버려지는 옷들이나 물건들에 새로운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서 가치를 높이는 일을 업사이클링이라고 한다. 그중 내가 가장 만들어보고 싶었던 게 청바지로 다양한 소품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두껍기도 했고 얻어둔 청바지, 버려지는 청자켓 등이 쌓이고 쌓이니 보관도 문제가 됐다.
'참으로 쉬운 게 없구나'
또다시 마음을 접었다. 사업 아이템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해왔다.
가다 보면 길이 보인 다고 한다. 때마침 그 친구의 조언으로 텀블러를 고민해보게 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원단을 여기에 넣어놓고 그냥 볼래'
처음엔 소장용으로 만들었다. 액자처럼 올려만 놔도 이뻤기 때문이다. 그래도 손댄 김에 몇 개 만들어 지인 카페에 갖다 둔 어느 날, 사장님이 흥분된 목소리로 나를 급하게 부르셨다. "현주 씨, 지금 현주 씨 텀블러가 어디로 간 줄 알아요? "어디요?" "대만 총영사관에서 현주 씨 텀블러 사가져 가셨어." "진짜요? 대박~"
일월오봉도가 담긴 원단의 텀블러, 신윤복 그림으로 나온 원단을 이용한 텀블러가 있었는데 일월오봉도 그림이 있는 텀블러를 너무 이뻐하며 가져가셨다고 했다.
신윤복그림 텀블러 일월오봉도 텀블러
왠지 뿌듯했다. 월드컵 같은 국제 축구대회에서 대한민국이 골을 넣었을 때처럼, 올림픽에서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처럼 가슴이 벅찼다. 가만히 잠자코 있던 애국심이 신랑의 코털처럼 삐져나오는 것 같았다.
그 가슴 벅참을 잃지 않기 위해 또다시 만들었다. 이번엔 인도 소품점으로 납품하는 텀블러를 준비했다. 내가 납품하는 몇몇 곳 중에서 이곳만 유일하게 인도 원단으로 치장해 준다. 역시나 이뻤다. 난 늘 나의 작품을 보며 감탄은 물론 자뻑도 서슴없이 하곤 한다. 내가 이뻐하면 고객분들도 분명 이뻐해 주실 거라 믿고 있기에.
인동원단으로 만든 텀블러
그렇게 나의 텀블러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애정을 받고 있다. 지구를 살린다는 거창한 말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행동을 해보자'라며 나 또한 애용 중이다. 이 작은 일은 특정한 누구를 위한다는 일이라기보다 나를 위하고, 가족을 위하고, 세계를 위한 일이 되는 작은 발걸음이다.
'종이컵 사용은 줄이고 텀블러를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 작은 행동 하나지만 지구를 살리고 있다는 자부심에 가슴이 벅차오를 것이다. 나의 텀블러가 이곳 경주를 떠나 부산까지 가게 됐던 것처럼.
내일도 우리 동네 작은 문고에서 '나만의 텀블러 만들기'수업이 진행된다. 내가 만들어보니 7분 정도면 완성이 된다. 짧은 시간이지만 나를 위한 선물이 되고, 더 나아가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원단을 넣지 않아도 된다. 그림이나 글을 써도 된다. 모두가 그 작은 발걸음을 함께 떼어보길 원한다. 작지만 큰 선물로 나에게 분명 돌아올 것이다.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책에서 타일러 라쉬의 글은 묵직한 울림을 준다.
나는 지금 지구에게 덜 미안한 삶의 방식을 연습 중이다
나도 그렇다. 텀블러를 사용하고 이면지를 재활용하고 자투리 원단도 기어코 살려 소품을 만들고 있다.
타일러의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방법을 찾아 연습하고, 배우며실천해야 할 것이다. 지구는 단 하나뿐이고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