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느질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퀼트로 깨닫다

by 박현주

미싱을 줄곧 만지며 작품을 만들던 어느 날, '퀼트'라는 손바느질 작품을 접하게 됐다.

조각 원단들이 보기 좋게 이어져 아름다움을 뽐내던 작은 파우치 하나에 매료되어 퀼트를 배우고 싶어졌다. 호기심이 발동하면 무조건 손을 대어봐야 하는 어린아이 같은 습관이 있다. 말릴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다. 일단 손을 대어보는데 의미를 두자는 경우도 많지만 한번 해보고 가슴이 뛰는지 안 뛰는지 확인하는 것도 습관이 된듯하다. 평생 함께 갈 동반자를 찾는 느낌이랄까?
암튼 궁금하면 못 참는다. 무슨 취미든 눈에 들어오면 꼭 건드려봐야 직성이 풀린다. 참으로 지독한 성격이다.

사는 곳이 시골이라 뭔가를 배우고 싶으면 인강을 주로 이용한다. 요즘은 강의도 어찌나 잘 만들어져 있는지 시간과 돈만 있으면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퀼트도 인강으로 배우게 됐고 자격증까지 취득하게 됐다. 자그마치 6개월, 피나는 여정의 결과였다. 18개의 작품을 만들며 바느질하는 과정샷과 포트폴리오를 작성해야 했고 18개 중 3개는 창작품제출이었다. 그 역시 포트폴리오까지 함께.
일은 뒷전이 되었고 퀼트에 열심히 매달렸다.

그 시간은 너무도 흥분되는 시간이었다. 미싱으로 만들던 작품들보다 시간도 더 걸리고 손도 아프고 목과 어깨도 남의 몸인 듯한 느낌에 고될 때도 있었지만 그 시간을 오히려 즐겼다는 게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바늘에 찔려 가며 피도 보고, 물집이 잡혀서 수포가 생겨 뜯어지는 듯한 피부 들뜸과 구멍도 생겼다. 다들 골무를 왜 쓰시는지 충분히 알 수 있던 경험이었다.

내가 바느질을 시작했던 이유 중 하나가 몰입했을 때 스트레스도 치유되고, 행복감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을 때의 그 쾌감은 험난한 산에 올라 정상을 차지했을 때의 느낌과 사뭇 비슷하다.
내가 조금은 멋있어 보이고 대단하다는 느낌도 든다.
퀼트 역시 나에게 그런 마음을 안겨주었다.
바늘에 찔려서 피를 보는 것도 대수롭지 않았다. 그것조차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좋았으니까.

자격증을 따고 나서 제일 먼저, 하나뿐인 동서를 위해 클러치백(손가방)을 만들어 선물했고, 제주도로 여행 가시는 시어머니를 위해 클로스백을 만들어드렸다.

동서를 위한 클러치백 & 시어머님을 위한 클로스백

잘 모르겠지만 나를 위해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가도 늘 뒷전이 되곤 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달랐다.

나를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쓰려고 만들던 가방이나 파우치들도 만들고 나면 남주기에 바빴던 나다. 그러나 오늘은 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를 했다.
그리고 다이어리커버를 만들어 냈다.

2022년, 다사다난했고 이룬 것도 많은 해였지만 내년은 더 나은 해를 보내고 싶다는 욕심과 욕망으로 가득했기에 다이어리커버만큼은 꼭 나를 위해 만들고 싶었다. 나를 응원하는 마음과 애정하는 마음을 담아서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했다.

나를위한 다이어리커버

첫눈에 반했던 퀼트패키지(직접 만들 수 있게 설명서와 그림, 재료등이 첨부된 상품)를 주문했고 하루도 안 걸려 완성을 했다. 이쁨에 매료되어 한참을 이리보고 저리보고, 돌려보고 열어보고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기쁨과 행복을 만끽했다.


'이렇게 좋은걸, 나한테도 많이 해주며 살걸 그랬네'

그동안 변변치 않던 가방이나 옷들을 보며 나에게 너무나 인색한 나였음을 깨달았다.
이제는 어느 누구보다 나를 먼저 챙겨주고 싶다.
나를 뒷전으로 두지 말고 무조건 앞에 둘 참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 때면 나에게 먼저 안겨주려고 한다. 내가 행복하게 만들어야 나의 작품들에도 그 행복이 묻어갈 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은 나를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하게 해 줄 것이다. 고맙게도 그 시작이 다이어리커버가 되어주었다.


'내년은 또 무엇을 만들며 나를 사랑해줄 수 있을까?'


행복한 고민에 잠 못 이루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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