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가 토끼와 경주한 이유

열등감, 콤플렉스

by 박현주

이 이야기를 꺼내려니 시간을 제법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전지적 참견시점'이라는 프로그램이 처음 나왔을 때는 몰라서 못 보다가 핫해지면서 눈길만 조금 줬었는데, 연예인 매니저인 남동생이 혹시나 나오지 않을까 해서 초반에 꾸준히 보게 되었다.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을 할 때도 이영자 님은 재미난 입담, 밉지 않은 매력의 소유자라 좋아했었는데 군부대에서 강연을 하시던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날 만큼 감동받았고 인상적이었다.






800여 명이 되는 군인들 앞에서 거수경례로 충성을 외치며 강연을 시작했다. 먹장군답게 떡볶이 ASMR과 농담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역시 mc의 자질이 충분히 빛났었다.

퀴즈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알죠? 나중에 거북이가 이겼어요? 졌어요? 이겼죠? 나는 늘 이경기를 들으면서 생각했어요. 거북이는 왜 경기를 한다 그랬을까? 나는 거북이가 너무 웃긴 거야. 누가 봐도 토끼랑 쨉이 안되잖아요. 근데 왜 거북이는 토끼랑 경주를 했을까? 제답은 다 끝나고 말씀드릴게요.

제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상황이 아니야, 환경도 아니었어요. 나도 모르게 왜곡된 열등감, 콤플렉스였어요. 나는.


우리 집이 생선가게 있기 때문에 비린내 난다는 게 너무 나의 콤플렉스였어요. 그래서 킁킁킁 이것만 하면 너무 기가 죽는 거예요. 나 혼자 막 애들이 냄새난다고 하면 어떡하지 벌벌 떠는 거예요. 근데 지금까지도 킁킁킁 이게 습관 되어 있어요. 그래서 음식냄새 맡는 게 아니에요. 습관이에요 사실은.
그래서 나와 상관없이 맡은 거고 이게 무슨 냄새지? 하면 나만 뜨끔한 거야. 그렇게 하는 친구들이랑 싸우고 그러니 늘 왜곡되고 굴곡지게 그렇게 봤던 것 같아요.


또 크게는 나는 그런 게 있었어요.

우리 어머니는 철저히 남아선호사상이었어요. 나는 나중에 알았어요. 닭 뒷다리가 그렇게 맛있는 건 줄, 다리는 오빠 거, 날개 이런 쪽은 아버지 거, 나는 목살을 주시더라고.(군인들의 야유) 아냐~되게 맛있어. 목살이~~~~ 아~나 크고 알았어. 다리는 두 짝이잖아, 날개도 두 짝이잖아, 근데 (목을 만지며) 얘는 하나야. 그래가지고 맛있어. 나중에 알았어. 그래서 여러분 모르시겠지만 엄마의 시대 때는 아들을 못 낳으면 쫓겨났거든요. 그래서 그런 시대에 살았던 엄마였기 때문에 우리 엄마는 철저히 아빠, 오빠만 사랑했어요.


그래서 나는 그런 콤플렉스가 있어요. 누가 좋아한다 그러면 어색하고 민망해. 나도 모르게 그 열등감이 있는 거야.'나를 사랑 한다고? 나를 좋아한다고?'특히 남자가 좋아한다 그러면 어머 얘가 급전이 필요한가? 이게 왜 이러지? 의심이 가는 거야. 그 콤플렉스가 무섭거든요.


그래서 기왕 군대 왔으니까 어차피 이 시간은 채워야 되잖아요. 그럼 가장 나한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잖아요.
여러분들이 군대에 있는 1년 8개월 동안 스스로에게 집중해서 스스로에게 물어봤으면 좋겠어요. 내 콤플렉스, 열등감이 무엇인지 그걸 찾아내서 박살 내었으면 좋겠어요. 초전박살.


그럼 세상에서 어떤 소리가 하더라도 잘못해서 내가 망가지지 않아요. 콤플렉스는 나만 망가지게 하는 게 아니라 나를 사랑하는 가족들이 망가질 수 있는 거거든요. 나도 망가지고.


그래서 나는 늘 성공하리라. 그래서 닭 한 마리를 다 먹는 날, 나는 진정한 성공을 이루었다. 이런 게 있었어요. 원동력이라는 게 큰 게 아니야. 내가 닭 온전한 한 마리를 다 먹는 날이 내가 성공하는 날이다. 저는 그것 때문에 성공한 것도 있어요. 한 마리를 다 먹으려 했으면은 돈을 벌어야 했으니까.


(스튜디오에서) 열등감이 너무 무서운 게 내가 알지 못하고 고치지 않으면 평생 세상에서 들려오는 모든 소리에 번역기더라고요. 오번역을 하지요. 오번역. 그래서 저 나이에 빨리 그런 얘기를 해주면 앞으로 내 나이동안, 살아갈 동안 정말 마음껏 행복하게 잘 살겠다는 생각에서 한 건데 )

(다시 강연장) 토끼와 거북이 얘기했잖아요. 제 결론은 그렇게 냈거든요. 거북이는 콤플렉스가 없었구나, 열등감이 없었구나, 그냥 지 길을 가는 거구나. 열등감이 없으니까 나는 최선을 다하는 것만 할 일이었구나. 그게 거북이었구나. 나는 지금 50대에 결론을 내리고 있거든요."





감탄과 감동의 연속이었다. 이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낸다고? 역시 이영자였다.
살아온 이야기를 토끼와 거북이의 이야기에 비유해 주셨고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다.

열등감은 내가 만들었던 것이다. 아무도 만들어주지 않는 것인데 내가, 자의로 만들어 나를 괴롭혀 왔던 것이다.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에 임할 수 있었던 거북이의 모습이 또 다른 울림으로 내게 다가왔다. 느리다는 열등감이 없었기에 묵묵히 자기의 길을 최선을 다하며 걸어갔다고 생각하니 더더욱 멋있어 보였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열등감들을 발견할 때가 종종 있다. 바느질을 하면서도, 아이를 키우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그랬다.

이 글을 쓰며 거북이를 닮아가야겠단 생각이 가슴깊이 들어찬다.
열등감으로 차오를 때마다 거북이를 떠올려야겠다.

열등감이 사라질 앞으로의 날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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