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시골 사는 맛 아입니까

선뜻 내어주는 마음(정)

by 박현주

중학교입학한 딸아이의 체육복을 사기 위해 하교하는 아이를 데리고 교복사에 갔을 무렵, 카톡이 연신 울려댔다.
단체톡방이 무음이긴 하나 손목에 연결된 블루투스시계는 단톡방에서 수다가 이어지고 있다며 친절히, 아낌없이 알려주었다.
아이가 체육복을 입어보러 들어간 사이 카톡확인을 했다.




감동이었다.
판매하시면 수입이 될 텐데 그 마음에 일단 감동했다.

마을도서관에 가입하신 지 얼마 안 된 신입회원님께서 회원 3명에게 농사지은 미나리를 선물로 선뜻 내어주신 것이다.

도서관 회장님께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3박자(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나)가 잘 맞아서 미나리가 연하고 맛이 최고조에 다다랐다고 말씀해 주셨다. 미나리에 대한 예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우리 집이랑 미나리하우스는 별로 떨어져 있지 않아 카톡창에서 손을 번쩍 들어보았는데 선착순이라 하셔서 포기했다. 시내에서 볼일 보고 들어가도 동네 계신 분들보다 느릴게 분명했고, 회장님 외 다른 몇몇 분들이 가시는 거 같아 마음을 비웠다.
누가 먹든 받아서 맛있게 드시면 되는 거니까, 아쉬워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낮의 일은 까맣게 잊고 있었고 저녁을 먹고 상을 치우는데 카톡이 다시 울렸다.
'1단 안 가져가셔요. 현주 씨...'

엥? 다 떨어진 것 아니었나 싶어 바로 전화를 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나의 미나리는 그곳에 조용히 누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부리나케 차를 몰고 미나리 하우스로 향했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지 싶어 며칠 전 샀던 사과 한 박스에서 한 봉지를 서둘러 담아 들고 나섰다.





기꺼이 내어주시는 미나리!
초록도 이렇게 이쁠 수가 있을까?

생명력 가득한 싱싱함과 미나리향이 내 코를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선명하고 탱글한 미나리의 자태도 예사롭지 않았다. 밥을 먹은 뒤라 냉장고로 직행시키려고 했으나 눈길을 사로잡은 미나리를 애써 모른척하기 힘들어 한줄기만 뽑아 씹어보았다.

'아~향긋 달콤해, 미나리가 입에서 녹네, 녹아~'
미나리광인 신랑도 엄청 반겨했다.
내일 아침은 쌈장에 미나리 찍어먹자며 냉장고에 고이 모셔두었다.

받아오는 내내 감동과 감사의 맘이 오고 갔다.
힘들게 농사짓는 이야기도 월례회 때 들어서 익히 알고 있었고, 도움도 하나 못 드렸는데 이렇게 받기만 해도 되는 걸까? 그저 감사했다.


이게 시골 사는 맛 아닐까? 잔잔히 곱씹어 보게 된다.






어젯밤 꿈을 잘 꾼 것일까? 오늘은 선물로 충만한 날인가 보다.
나의 제2의 고향, 호미곶에서 사는 초등학교 동창이 게를 보내왔다.


어부이며 선장인 내 친구는 눈도 다쳤다면서 기꺼이 나를 챙겨주었다.
살이 많지는 않지만 다리라도 발라먹으라며 선뜻 보내줬다. 나는 게 향만 나도 감지덕지라고 그랬다.
바다일이 험하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아는 나이기에 몇 배로 고마웠다.





무언가를 '선뜻' 내어 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오늘만 해도, 지인들이 선뜻 내어주었다는 건 마음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나는 선물도 받았지만 마음도 함께 받았다.

그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하디 귀한 진심일 거라 생각된다.
그래서 더욱 감사하게 된다.

이것이 정 아니겠는가?
어느 말보다 따뜻한 언어다. 각박한 세상이라지만 아직 살만한 이유는 마음(정)이 살아서 상대방에게 고이 전해지기 때문은 아닐까?


괜스레 초코파이가 먹고 싶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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