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마음에 와서 닿았다

오래간만에 보문호반길 걷기

by 박현주

봄의 숨결이 느껴지듯 잔잔하고 포근했던 보문호수를 걷고 왔다.


아들이랑 아빠와 함께 걷는 게 오래간만이어서, 외투가 가벼워져서 그런지 살짝 들뜨기도 했다.
봄햇살이 따사로이 나를 반기며 안아주는 듯했다.
'엄마품같이 포근하니 좋으네'
따뜻함을 만끽하며 보문호수 둘레길에 발을 들였다.




아들과 신랑을 양옆에 두고 걸으니 좌청룡 우백호가 나를 호위하는듯한 든든함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호수 한 바퀴를 돌 수 있었다.


주말답게, 사람들이 쏟아져 나와있었다.
옷들도 얇아진 게 눈에 보일만큼 따뜻한 햇볕에 시원한 바람이 걷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봄이 왔다고 알리고 싶은지 매화꽃도 중간중간에 인사를 건넸다.




오리배도 다시 영업을 시작하는지 호숫가를 유유히 지나다닌다.
오리배도, 매화도 봄이 왔다고 알려주니 맘이 금세 몽글몽글해진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도 솟아나고, 활기찬 기운을 머금은 가슴은 벅차올랐다.
날씨덕인지, 분위기덕인지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다.




걷다가 지겹다고 친구한테 전화 거는 할아버지, 친구들과 여행 온듯한 4명의 선글라스 엄마족, 커피숍 테라스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즐기는 외국인 가족, 유모차에 돌도 안된 아기를 태워 밀고 가는 부부, 결혼식이라도 다녀오시는지 정장으로 잔뜩 꾸민 노년의 부부커플, 3~4살쯤 되어 보이는 남매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사이좋게 걸어가는 모습, 이어폰 꽂고 달리는 외로운 여인, 벚꽃마라톤을 준비하는 것인지 무리를 지어 달리는 마라토너들, 돌맞이 스냅사진을 찍는 한복 입은 가족들까지 다양한 순간들을 즐기고 나누는 모습에 괜스레 므흣해지기도 했다.




봄이 마음에 와서 닿았다. 그런 모습들이 나를 따뜻하게 해 주었다.

버드나무는 잎을 틔우기 위해 애쓰는 듯 연두색 잎이 움트는 게 조금씩 보였다. 머지않아 푸른 잎들이 길게 뻗어져 나와 바람과 함께 넘실거릴 텐데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호숫길을 걷다가 중간중간 앉아서 봄내음도 맡고 물멍도 때려보았다.
간만의 여유에 호사를 누리는 것 같아 마음이 달콤해진다.

좋은 것만 담고 싶었던 나의 하루에 좋은 것을 마음껏 담고 왔다.
봄꽃의 기운도 받고 오고, 추운 겨울을 이겨낸 봄의 위대함도 느끼고 왔다.
걷기 딱 좋은 날씨 덕분에 기분 좋은 운동으로 나를 다시 세우고, 채우고 왔다.

오늘만큼은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봄이 주는 응원이 보약 같다. 믿을 건 오로지 나 자신뿐이란 사실도 직시해 본다.





3월, 이제 열심히 달음박질을 해야 될 시기다.
오늘 봄의 기운도, 응원도 한가득 받고 왔으니 열심을 내보자.
할 수 있다. 뭐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
좋은 말들로 나를 가득 채웠으니 이제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실천이 답이다. 하자, 한번 해보자. 가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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