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노력한다게 말이 되냐고?

아니, 그럼 대체 뭘 노력할 건데?

by 강승훈

나도 노력해봤어, 우리의 이 사랑을.
안 되는 꿈을 붙잡고 애쓰는 사람처럼.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니?


제목: 노력

가수: 박원


사랑이란 무엇일까. 가슴이 뛰고 열렬히 보고 싶은 마음,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하는 것일까?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겠고, 쳐다보고 있는 그것만으로도 뭔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황홀감이 올라오는 그 감정. 그 음성을 듣고 그와 같은 공간에서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 그 마음.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진행되던 그 일련의 순간들.

만약 그것이 사랑이라면, 그렇다면 이성과 사랑은 대척점에 있는 개념일 것이다.
몸이 반응하지 않는데 억지로 그 상대방과 더 이상 깊은 연결을 유지하려는 것 자체가 되게 부자연스럽고 무의미한 발버둥으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사랑은 그 부자연스럽고 무의미한 발버둥에 있다. 그 부자연스럽고 무의미하다는 절망감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의 발현 — 그 발버둥이 바로 사랑 표상이다.

사랑은 언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시작하는, 그 어려운 것을 해내는 무엇인가다.
사랑을 노력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그럼 이런 열여덟 같이 철없는 사람아, 대체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을 노력해볼 건데? 사랑만큼 노력해볼 가치가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도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그녀와 만난 지 벌써 8년째다. 우린 5년 전에 결혼을 했고 아이도 벌써 둘이 있다.
사실, 지금 아내를 보면 처음 만났을 때처럼 미칠 것 같이 심장이 뛰던 기분은 사라졌다.
여전히 아름답고 수려한 외모를 가진 것을 매일 느끼지만, 하나의 아름다운 피사체를 보는 느낌일 뿐, 그것에 매혹되어 정신을 못 차리던 시절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그녀를 매우 사랑한다고 말한다.
함께 버텨온 고난의 시절을 생각하며, 그녀가 내게 보여준 믿음과 변함없이 내게 제공해주었던
‘마음을 둘 곳’ — 의심 없이 무장 해제를 하게 만드는 그 절대적인 안정감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세상 모든 가치 중에서 그녀가 내게 준 마음을 가장 소중하다고 판단하였고,
세상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그것의 소중함을 지키기 위해 무엇과도 기꺼이 목숨을 내놓고 맞서 싸우겠노라고 그녀 앞에서 맹세하는 결단을 내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함께 살다 보면 가끔 서로 죽이고 싶을 때도 있다.
과장이나 그 어떤 은유가 아니라 진짜 말 그대로 죽여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세상 그 누구보다 서로를 증오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이런 나와 평생을 함께하겠노라 선언하고
냉혹한 세상에서 나와 함께 고군분투하는 그녀가 너무나도 안쓰럽고,
이 정도밖에 못하는 나로 인해 고생하는 그녀에게 미안하고,
왜 내가 더 잘할 수 없다고 단념하냐며 스스로에게 분노하고,
뼈마디가 다 부서지고 살이 다 녹아버릴 때까지 적어도 시도는 해보아야 하지 않겠냐며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나는 주저앉아도 주저앉을 수가 없다. 죽어도 죽을 수 없다.
이 사람 행복을 책임지겠다고 만인 앞에서 약속한 이상, 나는 그럴 수 없다.
스스로에게 수만 번 외쳤었다.


밀가루가 가득 담긴 커다란 종이팩을 던지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피해서 다행이지, 맞았으면 이렇게 마루바닥을 몸 성하게 열심히 청소하고 있지 못했을 것이란 사실을 상기하며,
약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방바닥에 내팽개쳐진 모습을 보면서
저 방에서 울려 퍼지는 아내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많은 생각을 했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사실 지금 생각해보건대, 그 모습이 사랑이다.
진심과 진심이 충돌하고 서로 추하고 부끄러운 모습을 다 드러내는 것.
그 정도로 치열하게 서로를 이해시키려고 했고, 그것이 되지 않았을 때는 처참하게 절망했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왜 싸웠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자꾸 단언한다고 해서 짜증이 나실 수도 있지만, 단언컨대 사랑은 충동이 아니라 낭만이다.
사랑은 본능이 아니라 결단이다. 사랑은 황홀이 아니라 감동이다.
사랑은 빠지는 것이 아니라 뛰어드는 것이다.
사랑은 나의 반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완전했던 하나의 내가 불완전한 반쪽 조각으로 다듬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자신을 깎아내는 고통을 치러가며 서로 맞춰 나가는 것이다.

그 아픔과 고통으로 뛰어들겠다는 결단, 그리고 그 과정을 거쳐가는 순간순간 속에서 낭만과 감동이 있다. 죽이고 싶었던 순간에도 서로를 걱정하고 안쓰러워했던 마음 속에 사랑이 있다. 뼈저리게 서로 안 맞는다는 것을 느껴서, 내가 나를 깎고 그대에게 맞추겠다는 고통 감내의 결단 속에 사랑이 있다.

너의 모자람보다 나의 모자람이 더 부끄럽고 원망스러웠던 마음에 사랑이 있다.
너가 있으니 세상 누구보다 강해져야겠다는 마음 속에 사랑이 있고,
너를 위해서는 세상 누구 앞에서도 무릎 꿇을 수 있다는 마음 속에 사랑이 있다.
나로 인해 옛날에 비해 부쩍 성숙해지고 조심스러운 행동을 보며 괜스레 마음이 아파지고 미안해지는 순간에 사랑이 있다.
그 모든 고통, 결단, 어엿삐 여기는 마음, 감동, 안도, 의지 속에 사랑이 깃들어 있었다.

미칠 듯이 떨리는 마음, 황홀한 아찔함, 다른 것과 비교라는 것을 통해 검증되는
우월성과 같은 것에서 느껴지는 만족감을 사랑이라 표현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 있어 사랑이란 곧 그녀로 정의된다. 그녀 자체가 곧 나의 사랑이다.
내 자존심이고 나의 성취이며 나의 자랑이자 긍지이고, 내 인생의 최대의 걸작 — 위대한 나의 창조물이다.
사랑은 내가 노력하고 인내한 결과다. 그 결과 내가 창조한 최고의 안식처이자
그 어떤 장애물과 적도 이겨낼 무기를 끊임없이 내게 제공하는 병참기지다.

사랑은 결심이고 결단이다. 인내이자 의지다.
무엇보다도 나의 온 마음을 내걸어도 아깝지 않다는, 결단코 의심하지 않는 상대에 대한 믿음이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 중 내 아내가 가장 최고라는 말이 아니다.
이는 매우, 극히 주관적인 생각으로, 세상에 아무리 매력적이고 지혜로운 다른 여성이 존재할지라도
우리가 함께 해온 그 세월이 가지는, 우리만의 그 처절하고 부끄럽고, 그러므로 아름다운 그 이야기가 부여한 우리 관계의 찬란함이 그녀에게 깃든 이상, 그녀가 가지는 특별함과 소중함이 세상 그 어떤 가치보다 나에게 거룩하다는 의미다.


나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숫타니파타 1.3 코뿔소 경의 한 구절

칼을 들지 말고, 어떤 생명도 해치지 말며,

자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두루 다녀라.
여러 무리, 여러 견해에 얽매이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진흙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다만, 만일 그대가 현명하고 일에 협조하며 예의 있고 총명한 동반자를 얻는다면
어떠한 난관도 이기리니, 기쁜 마음으로 마음을 가다듬고 그와 함께 걸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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