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결혼하여 아들이나 딸을 낳으면 그 이름은 누가 짓게 되는가?
처음 아버지가 되었던 1988년, 아버지께 손자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아내도 그런 부탁에 동의하였다. 사실 당시에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었던 사회분위기였다. 부모님은 며칠 뒤 나에게 손자의 이름을 하나 보내주셨다. 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이름으로 만들게 된 동기와 이름의 의미를 여쭈어 보았다.
어머니께서 ‘용하다는’ 작명소에서 지었으며 뜻이 아주 좋다고 전해주셨다.
그 말씀을 듣고는 매우 실망하였다.
귀하게 생각되는 아들 이름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을 하였다니!
부모님께 그렇게 지은 이름은 사용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
리고 내가 심사숙고하여 만들고 아내가 인정하는 아들의 이름을 지었다.
내가 첫아들의 이름을 지은 지 33년 후에, 아들이 첫 손녀를 나은 후에 나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연락을 해 왔다.
아내와 의논하여 아들에게 "며느리와 의논하여 결정하면 되겠다"고 전해주었다.
아들 부부는 이름을 예쁘게 지었다. 그리고 1년 반쯤 뒤에 손자가 미국에서 태어났을 때도 나에게 이름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는데, 누나 때처럼 부모들이 좋은 이름을 정하라고 독려하였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당부했다. 아들 일름에서 항렬은 지켜달라고.
나중에 들은 말이지만, 아들은 손자의 이름을 지으면서 항렬을 따르기 어렵다고 하였다. 그 이유가 설득력 있었다.
손자를 태오라고 부르기로 했으며, 이 아이는 미국에서 살아야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미국에서 부를 이름은 티오(티오도어의 줄임말)라고 한단다.
아들 내외는 손주의 이름이 한국어나 영어로 부를 때 비슷한 발음이 나도록 신경 썼다고 하였다.
나는 가끔 자녀들의 이름이 항렬을 따르지 않아 걱정한다.
조상들에게 죄송한 마음도 조금 들고. 이런 고민을 아내에게 말했더니, 아내가 “족보용 이름을 별도로 만들자”라고 제언하였다.
하늘에 먹구름이 싹 걷히고 그 하늘에 큰 고래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돌아보면 나의 선친께서는 63 세손이라서 동(東) 자 항렬은 사용해야 하는데, 족보에는 동자가 들어간 함자로 기록하고 실제 이름은 다르게 사용하셨다.
아이의 이름을 누가 짓는가에 대한 설문조사를 찾아보았다.
2017년 임신 육아 커뮤니티 ‘맘스홀릭베이비’에서, 최근 자녀를 둔 회원들을 대상으로 작명 방법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아기 이름, 어떤 방식으로 지었나요?’라는 질문에, 총 35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들려줬다.
‘남편과 내가 직접 지었다’는 응답이 53.5%의 비율로 1위, ‘오프라인 작명소를 통해’가 20.4%로 2위, ‘집안 어른으로부터(부모님, 친척 어른 등)’가 약 16%의 비율로 3위를 차지했다.
위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현대의 부부들은 자녀의 이름을 직접 짓거나 작명소를 이용한다. 그 비율이 73.9%로 압도적이다.
그러므로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신들의 시대 전통이 어떠했던 지에 대하여 큰 비중을 두기 보다, 아이의 부모가 이름을 짓도록 권장하는 게 어떨까?
그리고 새로 자녀를 가진 부모들도 위의 설문조사에서 ‘집안 어른’이 차지하는 비율 16%를 참조하여 조부모님께 손주 이름 작명에 대한 의견을 여쭈어보면 어떨까?
그러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가족들이 중대사를 서로 의논하는 아름다운 전통이 마련되고 축적되지 않겠는가?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99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