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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수 할배 Dec 02. 2023

감놔라 배놔라냐 하모하모냐?

손자 손녀 스토리의 콘셉트를 뭘로 정할까?

시대가 인물을 만든다고 했던가. 

상황과 소망과 재주가 나를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이끌고 있다.      

-상황: 2024년 2월 말에 국립대학교 교수로 정년퇴직, 이후 할 일 필요함

-소망: 아들과 며느리 네 부부 돕기, 손자 손녀와 재미있는 시간 보내기 

-재주: 가르치기와 글쓰기(논문, 연구 보고서 등)    

 

그런데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고 나아가서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첫째는 글쓰기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글을 써야 한다. 

나는 대학 교수라서 가르치는 게 본업이다. 

이 본캐에는 연구 결과를 논문이나 보고서로 출판하는 작업이 포함된다. 

글 쓰는 일이 본업의 일부이다. 


그렇지만 논문과 보고서의 글은 ‘스토리’와는 상당히 다르다. 

논문은 '건조(dry)'해야 한다. 철저하게 객관적이고 과학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 올리는 글은 '다습(wet)'해야 한다. 

사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여 미소를 짓게 하거나 눈시울을 적셔야 한다. 

더구나 ‘퀄리티’ 높은 글을 쓰도록 독려하는데 이것은 어려운 과업이므로 꾸준히 노력하면서 발전시켜야 한다.      


둘째는 콘셉트를 정하는 일이다. 

콘셉트는 내가 쓰려는 글을 함축하여 나타낸다. 

작가의 철학을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문구이다. 

독자들도 작가의 콘셉트를 보면 작가의 생각을 예상할 수 있고, 글의 내용도 짐작할 수 있다. 

기업의 예를 들면 나이키 회사는 ‘Just Do It’을 강조한다. 

볼보 자동차 회사는 “For Life”를 내 세운다. 콘셉트는 ‘첫째’이지만, 시급한 것은 ‘콘셉트’라 생각한다.      


내가 쓰려는 글과 연관된 키워드를 열거해 보자면, 손자 손녀 할아버지 육아 일기 감놔라 배놔라 하모하모 등이다. 키워드를 콘셉트로 종합하기 위하여, 내가 아는 두 개 그룹인 가족과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가족들에게는 두 가지 중 하나에 투표를 하라고 했다: 1) 교수 할아버지 감놔라 배놔라 육아일기, 2) 교수 할아버지 하모하모 육아일기. 투표 결과는 아래의 표와 같다. 응답자 6명(붉은 네모 속 숫자) 모두 ‘감놔라 배놔라’ 보다 ‘하모하모’를 좋아했다.      


친구들에게는 위의 두 개 중에서 선택하거나 새로운 제목을 추천하라고 부탁했다. 친구들은 후자를 택하여 창의적인 제언을 하였다. 

"교수 할배 육아, 돌아 삐겠다"

"교수 할배의 씽똥빵똥 육아 일기"

나이 먹은 할아버지들이 어린 손자 손녀와 지내다 보면 신체적으로 힘들기도 하거니와 정신적으로도 스트레스가 무척 많을 것이다. 그래서그런지 손주 돌보기는 

부산 사투리로 돌아버릴 정도로 어렵다고 느끼고, 여기에 동의하는 답글도 많았다. 

    

"교수 할배의 하모하모 육아 Tip"으로 콘셉트를 정하였다. 

-교수는 나의 직업을 말해준다. 

-할배는 도와주고자 하는 손자 손녀들과의 관계를 알게 해 준다. 

-하모하모는 며느리와 아들의 육아를 응원한다는 뜻이다. 

감놔라 배놔라는 간섭의 의미가 많아서 그런지 가족들이 선택하지 않았다. 

-육아 Tip은 내가 직접 육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 내외다. 

그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응원, 우리 부부의 경험과 지혜를 전해주고 싶다. 


손자 손녀의 글을 쓰는 작업은 나에게 많은 기쁨을 줄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들 내외가 손주를 키우며 느끼는 행복과 도전을 공유하고 싶다. 

그러한 감정은 자연스럽게 우리가 아들을 기를 때의 경험도 떠 오르게 해 줄 것이다. 그리고 손주들의 사진과 영상을 보면서 그들을 생각하고 복을 빌어주는 시간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시간들이 나의 가슴 속에 다채로운 불꽃놀이를 일으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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