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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 능력을 기르자

4. 탐구 탐구 탐구

by 교수 할배


전편에서는 연구 성과가 대학평가에서 90%를 차지한다고 소개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의 연구 능력을 기르는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에서 발간한 책의 내용, 과학적인 방법, 핀란드와 우리나라 교육대학의 학점 비교, 그리고 블룸(Bloom)의 인지적 영역을 다루겠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의 특별호 표지와 목차 사진이다. 제목은 “세계를 발전시킨 100가지 아이디어”이다. 내가 미국의 서점에서 발견한 책으로 그 내용에 관심이 많았다. 표지에서 보듯이 이 책은 세계의 발전에 이바지한 석가모니, 상대성이론, 다윈의 진화론 등을 소개하였다. 오른쪽 목차에 보면 100가지 중에 계몽시대의 “과학적 방법(Scientific Method)”이 포함되어 있었다. 과학적인 방법은 지금도 학교에서 널리 적용되고 있을 정도로, 인류발전에 기여도가 크게 인정되었다.

왼쪽 그림에서 보듯이 과학적인 방법은 크게 6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그림의 위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보면, 관찰(탐구문제, Observation/ question), 주제에 대한 이론 탐색, 가설설정, 가설 검증 (실험), 데이터 분석, 결과 보고의 순이다. 과학적인 방법은 현재 과학연구의 토대이다. 그리고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교육학과 같은 사회과학을 연구하는데도 적용된다.


알아차렸겠지만, 과학적 방법은 논문 작정절차와 비슷하다. 학위논문과 학술지에 게재되는 논문의 목차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연구주제(탐구질문), 서론(필요성, 중요성), 이론적 배경(Research topic area), 가설(Hypothesis)연구방법(Test with experiment), 연구결과(분석결과, Analyze data), 결론(Report conclusions)의 순서이다. 이처럼 논문의 요소와 과학적인 방법이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교육은 사실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사고하는 마음의 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고하는 마음의 훈련"이 바로 "과학적인 방법의 훈련"이다. 훈련이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과학적인 방법을 기르는데도 많은 시간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사진은 미국의 초등학교 1학년들이 교내에서 학년별로 개최한 과학탐구대회(Science Fair)에 출품한 작품이다. 왼쪽 학생은 계란이 깨지지 않도록 걷는 방법에 대하여 탐구하였으며, 전시회에서 성인의 손을 잡고 직접 계란 위를 직접 걸어 보이고 있다. 오른쪽 학생은 껌 전쟁(Gum Wars) 연구를 수행하였다. 민트향과 과일향 껌을 씹을 때 껌의 향기가 지속되는 시간을 비교하였다. 우측 상단의 DATA(실험결과) 표에는 두 종류 껌의 향이 남아있는 시간을 측정한 수치를 보여준다. 두 연구 모두 가설에 대하여 실험을 통해 검증하고 결론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전시회에서 발표를 하고 연구를 마무리하였다.


이들의 발표판에 적힌 큰 글씨의 내용은 과학적인 방법을 암시한다. 연구결과를 보여주는 판에서는 탐구문제(Question), 가설(Hypothesis), 이론(Background), 실험재료(Materials), 실험절차(Procedure), 실험결과(Data), 실험결과 분석(Analysis), 결론(Conclusion)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과학적인 방법의 절차를 적용하여 연구하였다.


미국은 초등학교(유치원 1년 포함) 7년 동안, 그리고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이러한 탐구를 수행한다. 한 학년에 보통 2회씩, 13년 동안 26회 정도 탐구하고 결과를 발표한다. 그러므로 대학교에 가서도 연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제를 우리나라 학생들보다 쉽게 완료한다. 가끔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부모 찬스를 이용하여 교수들과 함께 작성한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비리를 공개한다. 그 연구에서 우리나라 고교생이 하는 일은 거의 없다.


미국에서도 고등학생이 대학교수와 연구하고 그 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하여 대학교 입학 스펙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미국 고등학생들은 대학교 교수와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다만 학생이 주제 정하기부터 연구수행 및 결과보고서 작성까지를 주도적으로 실행하는 점이 다르다. 교수는 학술지에 게재할만한 논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연구절차를 모니터링하고 연구방법과 글쓰기에 대하여 자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동안 교내 탐구대회를 개최하는 사례가 드물다. 학생들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그런데 대학입시에서는 탐구의 비중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초중고에 다니는 12년 동안 학생들은 과학적인 탐구를 접할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한다.


실은 우리나라 몇몇 초등학교에서 탐구학습을 적용한 프로젝트 학습을 시행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 학부형의 말에 의하면, 딸이 1학년 때는 프로젝트 학습이 처음하는 공부방법이라 무척 어려워 했단다. 그런데 1학년 때 두번 실천해보더니 2학년부터는 제법 익숙해지고 3학년 때는 스스로 수행할 수 있더란다. 이러한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처음 맞닥트리는 학생이라도 세 번 정도 참여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이 길러진다는 걸 알 수 있다. 선생님과 학부형, 그리고 학생들은 참고할만한 스토리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연구활동에 참여하는 기회가 어느 정도 가질까? 대학생들은 취업을 준비하느라 탐구활동에 참여할 여력이 거의 없다.

왼쪽 표에서는 2020년, 핀란드와 우리나라 A교육대학의 학점을 비교하였다. 두 대학교의 교육과정은 교양, 교육학, 교과교육학, 심화과정으로 공통부분이 많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핀란드에서는 '연구방법 및 논문' 영역에서 35학점을 가르친다. 우리나라 교육대학에서는 학과별로 논문이나 과제를 학점이 없는 P/F제(통과나 실패)로 운영한다. 즉 핀란드에서는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공식 학점으로 연구역량을 키우는 수업을 비중 있게다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ㅇㄴ 논문 대신 '과제'를 선택할 수 있어서, A 교육대학교의 경우 20% 이하의 학생들만 학위 논문을 P/F로 작성한다.


교육학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인 블룸(Bloom)은 인지적 영역을 여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기억하기, 이해하기, 적용하기는 낮은 차원이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말에 의하면 '사실(fact)'을 다룬다. 그리고 분석, 평가, 창조는 높은 차원으로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높은 차원의 세 가지는 과학적인 방법을 익히는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미국의 학생들은 유치원(K 학년으로 초등학교에 포함)에서부터 시작하는 높은 차원의 인지적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과학적 방법으로 사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탐구활동을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1학년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더 잘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교사들은 미국 학교의 교사들보다 지적으로 더 우수하며, 사명감이 높고, 헌신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뛰어난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대학입시를 준비시키느라 인지적 영역의 낮은 차원(기억하기, 이해하기, 적용하기)을 집중하여 다루고, 상대적으로 덜 뛰어나다 생각되는 미국의 교사들은 높은 차원(분석하기, 평가하기, 창조하기)을 다루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탐구와 연구는 비슷한 면이 많으나 명확하게 구분되는 용어이다. 이 글에서는 탐구를 연구보다 과학적인 방법을 축소한 형태로 간주한다.


*https://www.learningbyinquiry.com/understanding-the-difference-between-inquiry-and-research/#google_vignette

탐구(inquiry)와 연구(research)에 대하여 명확하게 구분하고 싶은 독자는 여기를 방문하면 된다.


*과학적 방법

https://en.wikipedia.org/wiki/Scientific_meth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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