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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수 할배 Aug 03. 2024

씽크대학교를 아십니까?

(4화) 웃으며 살자!

                          지혜의 가장 명백한 징표는 항상 유쾌하게 지내는 것이다. 몽테뉴


정년퇴임식에서는 당사자가 회고사를 하리라 짐작했다. 

할 말을 준비하기 위하여 이전에 퇴직한 교수에게 물어보았다. 

대략적인 요점만 몇 가지 써 가서 살을 붙여 말하면 된다고 하였다. 

그래도 염려가 되어 인터넷에서 ‘퇴직 인사말’을 검색하였다. 


겸허하게, 진심을 담아서, 감사하며, 

동료와 직장의 발전을 기원하면 무난하단다. 


정리하면 이렇게 요약이 되었다. 

-함께 노력하여 이룬 업적에 감사

-함께 일했던 동료교수들께 감사

-새로운 사업을 할 때마다 잘 도와준 직원 분들께 감사

-건강하게 퇴직하니 감사

-교수와 교직원분들의 건승 기원

-직장이 발전하기를 기대


퇴직하는 날 아침에 총장실에서 전화가 왔다. 

식순을 말해주고

훈장전수식의 마지막에는 총장이 축사하며

나의 회고사는 피로연 장소에서 할 예정이라고. 


훈장전수식은 진지하게 거행되었으며

나는 의식의 분위기에 감동되었다. 

이런 감정을 지금 이 장소에서 회고사로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데 계획대로 총장의 축사로 마무리하고 피로연장으로 옮겼다. 


아내는 초대받았다는 사실을 '아침에' 알았기에, 

우리 부부는 준비하느라 집에서 출발하는 시간이 늦어졌고, 

허둥지둥 운전하느라 앞 범퍼가 길에 튀어나온 막대기에 부딪혀 약간 쳐졌다.

이 부분을 고치러, 훈장전수식을 마친 뒤 카센터에 들러

급한 부분만 수리하고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예정시간에 도착하였는데도 석갈비 정식이 이미 차려져 있었다. 

고기가 익는 냄새가 가득 퍼졌다.

교수와 직원이 모두 착석하여 식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사회를 담당한 교수가 피로연 시작을 알렸고

내가 퇴직 인사를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마이크를 건네주었다. 

일어서서 분위기를 보니, 석갈비에서 증기는 올라오고, 짧게 마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퇴임식장에서 느낀 감동을 진지하게 전하기가 망설여져서 당황하였다. 


말하려고 했던 내용을 간략하게 언급하였다. 

그리고 며칠 전 집에서 설거지할 때  떠오른 생각을 꺼냈다.


"저는 3월부터 다른 대학교에 취직했습니다. 

전임교수로 가게 되었습니다."

참석자들이 잘 되었다고 환호하고 축하하기 시작하였다. 


"씽크대학으로 갑니다. 

학과는 설거지학과입니다."

대학의 성격을 알아차리고 여기저기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원래는 겸임교수였는데, 이제는 전임입니다.

이 대학은 분교(아들네 집)가 네 군데에 있습니다. 

분교도 제가 맡게 되었습니다." 


참석한 분들이 많이 웃어서 식사를 맛있게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감사의 인사로 마무리하고 자리에 앉았다. 


사회를 맡은 교수가, 내가 살아가면서 명심할 모토라며 알려주었다.

“교수님, 앞으로 씽크대학교 총장님의 말씀을 잘 들으세요.”


남편 퇴임식에서, 씽크대학교 총장이 된 아내는

씽크대학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주방 싱크대가 아닌

Think University라 생각했다고 한다.  


The surest sign of wisdom is cheerfulness. Michel de Montaig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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