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재능은 경기를 이기게 하지만 팀워크는 우승을 가져온다.
마이클 조단
대학교수는 “출판이냐 도태냐(Publish or Perish)”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교수는 연구한 결과를 책과 논문으로 출판하고 학술대회에서 발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학문세계에서 뒤처진다. 세계적인 대학평가 기관들에서도 해당 대학 교수의 연구 결과를 매우 큰 비중으로 평가에 반영한다. 그래서 대학들도 소속 교수가 연구를 잘하도록 독려하기 위하여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 지원한다.
나도 연구를 잘하고 싶었다. 특히 나에게 의미가 크고 교사교육의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 그러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관심 있는 분야를 오랜 기간 연구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대학중점연구소를 운영하는 일이다. 내가 잘하는 분야는 미국교육실습이어서 이 주제로 2016년에 응모하였지만 선정되지 않았다. 다음 해에 한 번 더 도전하기 위하여 좀 더 핫한 주제를 찾기 시작하였다.
교육대학교 특색을 반영한 주제인 '학교현장실습'*은 그대로 두고, 나의 전공인 교육공학에서 다루는 주제인 '온라인교육'을 추가하였다. 교육실습을 온라인으로 지원할 수 있는 컴퓨터 시스템을 개발하는 주제로 도전하기로 하였다.
우리 대학교에서 연구역량이 우수하고 행정력을 겸비한 교수 세 분에게 연구의 취지를 설명하였다. 그분들이 동의하여, 함께 연구계획서를 제출하기로 하였다. 연구계획을 발표하고 심사받는 날에 나는 미국에서 교육실습 현장지도를 하고 있어서 동료교수님들이 수고를 하셨다. 다행히 대학중점연구소로 선정되었다. 1차로 3년을 연구하고, 우수한 평가를 받아서 3년 더 연구하였다.
대학중점연구소 선정은 공주교육대학교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래서 학교 교수와 교직원들이 생소해하였다. 학교에서 연구소 공간을 제공하고 연구비의 5%를 현금으로 대응 투자했다. 연구실과 행정실 공간을 마련하고 컴퓨터를 비롯한 연구 시설과 설비도 갖추어야 했다. 안병근 총장님과 사무국장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기본 시설을 갖추었다.
정부에서는 공주교육대학교에서 우리 팀의 연구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간접경비로 연구비의 29%를 현금으로 제공하였다. 연구소는 해마다 2억씩, 간접경비는 약 6000만 원씩을 지원받았다. 우리 학교 규정에 의하면 간접경비의 1/3을 연구소에 인센티브로 주어야 한다. 그러나 보직교수와 연구소 교수들은 이 규정을 연구 3년 차에야 알았다.
연구소를 운영하면서 한 가지 어려움은 전임연구원과 보조연구원을 선발하는 일이었다. 보조연구원은 본교의 대학원생과 학부생 중에서 어렵지 않게 채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전임연구원을 달랐다. 우리 대학교는 소규모 도시에 자리하고 있어서 지원자들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선발해서 업무를 시작하더라도 오래지 않아 더 적합한 자리로 이동하였다. 그리고 전임연구원과 보조연구원의 채용 관련 법규인 근로기준법도 교수에게는 생소한 분야라 연구원과 교수들 사이에 의견차이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전임연구원들은 모두 박사학위 소지자라서 합리적으로 주장한다. 그런데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생소한 환경의 직장에서 만났다. 이들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드러나기도 했는데, 교수들이 알아차리지 못한 갈등도 일어났었다는 얘기를 나중에 들었다. 연구소의 신청과 운영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문젯거리를 해결하는 데에는 청주교대의 이혁규 총장님이 많이 도와주었으므로 이 기회에 감사드린다.
연구소는 연구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원만하게 달성하기 위하여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였다. 국내외 학술대회 개최, 학술지 출판, 세미나 개최 등이다. 세미나와 국내 학술대회는 1차 3년 동안 대면으로 실시하였다. 학술지는 1년에 2회 출판하였다. 원고를 모집하여 심사하고, 출판까지 맡아 수고해 주신 편집위원장님께 지면을 통해 감사드린다.
국제학술대회는 비용이 많이 든다. 국제학술대회는 서로 다른 나라의 외국 학자가 세 명 이상 참가해야 하는데, 1인당 항공료 숙박비 등으로 최소 500만 원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최소 2천만 원 정도 필요했는데, 그러한 비용을 충당할 수 없었다. 개최 비용이 부족하여 2018년 첫 국제학술대회부터 온라인으로 개최하였다. 코로나로 인하여 비대면 학술대회가 일상화되자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한 학자의 소속 국가가 점차 늘어났다. 처음에는 동남아시아권인 필리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었으나 회를 거듭하면서 미국, 유럽으로 확대되었다.
인문 사회 분야에서 정부의 연구비를 받아서 연구를 하는 기회가 최근에는 경쟁률이 높아졌다. 연구의 선정기회를 높이기 위하여는 최소 두 가지가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연구의 주제가 설득력을 갖추어야 한다. 정부 예산을 받는 연구는 심사위원들의 수가, 우리의 경우는 9명, 많아서 그들이 감동하는 주제여야 한다. 둘째, 계획서를 매우 치밀하게 작성하여야 한다. 이론상으로 타당하고, 주장이 논리적이며, 실천방안이 구체적이면 도움이 된다. 우리의 경우, 6년 동안의 연구였으므로 그 기간 동안의 할 일을 설명했다.
Talent wins games, but teamwork wins championships. Michael Jordan.
*교육부에서는 2014년경부터 교육실습을 학교현장실습과 교육봉사로 나누었다. 그렇지만 나의 글에서는 새로운 용어인 학교현장실습을, 오랜 기간 사용하여 일반일들에게 익숙한 교육실습이란 용어와 병행하여 동일한 의미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