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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수 할배 Aug 03. 2024

방송대학교를 4년 더 다녔다

(22화) 학사학위 받으려고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 합격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우선 부산교육대학과 한국방송통신대학교(방송대) 생활을 설명해야겠다. 부산교육대학은, 내가 졸업할 당시엔 2년제 과정이었다. 졸업하면서 준학사 학위는 받지만 대학원에 가려면 학사학위가 필요했다. 2년제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학사학위를 받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야간 대학교 3학년에 편입하여 2년을 더 다니거나 방송대의 초등교육학과에 편입하여 4년을 더 공부해야 했다. 


부산은 대도시라서 몇 개 대학교에서 야간에 학부과정을 운영하였다. 그런데 그런 대학교에는 내가 관심 있는 교육학 분야가 개설되지 않았다. 나는‘초등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려는 마음이 간절하였다. 4년을 더 다녀야 하는 어려움도 무릅쓰고 1984년 3월 방송대학에 편입하였다. 


방송대는 통신대학이었으므로, 공부하는 방법이 특이했다. 평소 강의는 라디오 방송을 실시간으로 듣거나, 강의를 녹음한 테이프로 공부한다. 방학 중에는 정해진 기간 동안 출석하여 수업을 들었다. 


부산교육대학은 1년 후배부터 4년제 학위과정으로 바뀌었으며, 내가 방송대를 3년 정도 다녔을 때인가, 야간 편입 과정이 생겼다. 나는 선택할 수 있었기에 생각이 복잡해졌다. 첫째, 가끔은 예상하지 않은 길이 열린다. 나는 2년 일찍 시작하여 방송대에 입학하여 4년을 공부해야만 했다. 그러나 동기들은 2년 늦게 시작했어도 부산교대에서 2년 공부하여 학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어느 대학을 선택하더라도 졸업한 해에 교원대학교 석사과정에 들어갔으므로 타이밍이 적절했다. 둘째, 학점은 약간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방송대는 시험이 모두 객관식이라 점수가 낮았다. 아마도 교대 야간 과정은 주관식 시험이 많아서 내 학점은 방송대 보다는 좋았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방송대에 그냥 다녔다. 평소에는 원하는 시간의 수업을 듣고 방학에 집중하여 수강하는 패턴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방송대 4년차인 졸업반에 접어들면서 해결해야 할 사항이 두 가지 생겼다. 졸업시험과 대학원 입학 준비. 이 두 가지를 효과적으로 준비하기 위하여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싶었다. 방송대 출석 수업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선생님들 중에서 세 명(Y, L, K)을 찾았다. 선생님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서, 함께 졸업시험을 준비하고 대학원 입학도 의논하자고 제안하여 동의를 받았다. 매주 토요일 오후에 멤버들이 재직 중인 학교를 돌아가면서 함께 공부하였다. 


그렇게 한 학기를 공부한 후에 졸업시험을 쳤다. 결과적으로 좋은 점수로 통과하였다. 특히 영어 시험은 준비를 너무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네명 모두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리고 대학원에도 진학하였다. 나는 교원대, Y 선생님은 동아대, L 선생님은 몇 년 후에 교원대에 합격하였다. K 선생님은 원래 방송대 졸업시험을 위해서만 함께 공부하기로 하였기에 대학원 입학에는 관심이 적었다. 그렇지만 끝까지 함께 공부해주어서 고마웠다. 


방송대를 졸업하면서 학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학위를 활용하여 1급 정교사 자격증을 받았다. 대체로 1급 정교사를 받기 위여 자격연수를 받는다. 연수를 받으면 그 점수가 높으므로 나중에 교감으로 승진하려고 할 때 유리하다. 그러나 방송대는 졸업자의 학점이 낮아서 1급 정교사 자격을 취득할 때, 자격증 연수생보다 점수가 낮다. 아마 나는 교직에서 교장으로 승진하기보다는 유학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런 선택을 했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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