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능력도 생각하자

6. 연구 연구 연구

by 교수 할배

먼저 탐구와 연구에 대하여 알아보자. “탐구(探究)”와 “연구(硏究)”는 비슷하게 쓰이지만, 뉘앙스와 범위에서 차이가 있다. 탐구는 어떤 현상이나 사물에 대해 알고자 하여 깊이 살펴보고 따져보는 과정이다. 대체로 개인적·초기적 차원의 “알아가기”라 할 수 있다. 반면에 연구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사실이나 이론을 밝혀내려는 활동이다. 대체로 전문적·학문적 차원의 “밝혀내기”라 할 수 있다. 둘의 공통점으로는 지식을 얻기 위한 활동이며, 문제의식에서 출발하며, 과학적인 방법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반면에 차이점도 있다. 대체로 연구가 탐구보다 범위가 넓고 깊다. 탐구의 목적이 개인적 호기심 해결이나 지적 만족을 추구한다면, 연구는 학문적 지식 축적, 문제 해결, 새로운 이론이나 기술 개발에 관심이 있다. 탐구의 방법이 직관적이고 자유로운 질문과 시도로 이루어지는 반면 연구는 체계적인 절차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탐구는 어린이나 청소년, 일반인도 할 수 있으나 연구는 대체로 학자, 전문가들이 수행한다. 마지막으로 탐구의 형식은 공식적이나 비공식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연구는 대부분 공식적으로 수행되고 보고서와 논문 발표로 마무리한다. 탐구와 연구에 대한 이러한 구분은 이해하기 쉽게 극단으로 비교한 것이며 실제로는 목적, 방법, 범위의 경계가 느슨하여 많은 부분이 겹치게 수행된다.


전편에서는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이 탐구나 연구에 참여하는 기회가 무척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대학생들은 연구활동에 참여하는 기회가 어느 정도일까? 대학생들도 취업을 준비하느라 탐구활동에 참여할 여력이 거의 없다. 연구활동이 취업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왼쪽 표에서는 핀란드와 우리나라 A교육대학의 2020학년도 학점을 비교하였다. 두 대학교의 교육과정은 교양, 교육학, 교과교육학, 심화과정으로 공통부분이 많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 핀란드에서는 '연구방법 및 논문' 영역에서 35학점을 가르친다. 이 교육대학에서는 학과별로 논문이나 과제를 학점이 없는 P/F제(통과나 실패)로 운영한다. 즉 핀란드에서는 교사가 될 학생들에게 공식 학점으로 연구역량을 키우는 수업을 비중 있게 다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학생들은 논문 대신 '과제'를 선택할 수 있어서, A 교육대학교의 경우 20% 이하의 학생들만 학위 논문을 P/F로 작성한다. 그 이유는 교사 임용시험에서 '논문'은 고려사항이 아니므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대학원에 다니면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들은 연구를 수행할까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대학원은 크게 일반대학원과 특수대학원으로 구분한다. 일반대학원은 하루 종일 공부하는 학생들이 다니며 특수대학원은 직장인의 비율이 높다. 일반대학원은 거의 예외 없이 학위논문을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특수대학원은 선택 사항이다. 논문을 쓰거나 추가 수강으로 대체할 수 있다. 교육대학원은 특수대학원에 속하는데, 정규학점을 이수한 후 논문을 작성하지 않더라도, 추가로 6학점의 강의를 들으면 석사학위를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대학원에서도 논문을 작성하지 않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가끔 언론에 유명인들이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을 표절하는 문제가 보도되곤 하는데, 특수대학원생인 경우가 많다. 직장에 다니면서 공부하느라 논문을 작성할 시간이 부족하다. 게다가 논문을 써 본 경험이 없어서, 과학적인 방법에 따른 절차를 갖추어 작성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그림을 보면서 좀 가벼운 기분으로 생각해 보자. 교육학 분야에서 유명한 학자인 블룸(Bloom)과 제자들은 인지적 영역을 아래 그림처럼 여섯 가지로 분류하였다.

아래쪽에 보이는 기억하기, 이해하기, 적용하기는 낮은 차원의 인지적 영역이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말에 의하면 주로 '사실(fact)'을 다룬다. 그리고 분석, 평가, 창조는 높은 차원의 인지적 영역으로 '마음의 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높은 차원의 세 가지는 과학적인 방법을 익히는데 유용하게 활용된다. 미국의 학생들은 유치원(K 학년으로 초등학교에 포함)에서부터 탐구활동에 참여함으로써 높은 차원의 인지적 훈련을 쌓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교에서 치르는 시험의 문항들은 4지선다형, 줄 긋기, 단답형 등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시험을 객관식 시험이라고 하는데, 낮은 차원의 인지적 영역은 평가하기 쉬우나 높은 차원은 평가하기 어렵다. 따라서 객관식 시험은 과학적인 방법을 훈련하기에는 적합도가 낮은 평가방법이다.


우리나라 학생들도 과학적 방법으로 사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의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탐구활동을 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1학년들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더 잘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사들이 일반적으로 미국 학교의 교사들보다 지적으로 더 우수하며, 사명감이 높고, 헌신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영역에서 뛰어난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대학입시를 준비시키느라 인지적 영역의 낮은 차원(기억하기, 이해하기, 적용하기)을 집중하여 다룬다. 상대적으로 덜 뛰어나다 생각되는 미국의 교사들은 높은 차원(분석하기, 평가하기, 창조하기)을 다루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를 개선할 방법에 대하여 제언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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