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상황에 따라 달리 대답하는 손자

by 교수 할배

자녀가 의사소통을 하기 시작하면 부모가 가장 먼저 물어보는 말이 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부모 입장에서는 일종의 놀이이긴 한데 아이 입장에서는

인지능력이 아직 완전하지 않은 자신을 상대로 선택을 강요하게 만드는 문제다*.


아들 네 명을 기르고, 그들이 장성하여 모두 결혼하고,

손주가 세 명인 나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엄마를 더 좋아해야 한다.

먹는 거, 입는 거, 자는 거 모두 엄마가 해결해주지 않는가.


한 달 전에 아들이 페이스북에 재미있는 영상을 올렸다.

아들이 손자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물어보자 “아빠”라고 했다.

아들은 ‘이것이 팩트’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며느리는 아들의 대답이 서운하다며 카톡으로 시어머니에게 하소연하였다.

아내는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면서,

아이들은 대체로 뒤에 언급된 물건이나 사람을 고르는 경향이 있으니

엄마 아빠의 순서를 바꾸어서 물어보라고 권유하였다.

며느리는 그렇게 했는데도 아빠를 선택했다고 아쉬워하였다.

아내는 위로를 겸하여 “아이가 사회성이 발달해서 그런가 보다”라고 답해주었다.

요즈음은 함께 생활하고 있으므로 손자의 대답을 눈앞에서 확인해 보고 싶었다.

아들에게, 손자가 아빠를 더 좋아한다는 답을 듣게 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아빠”


다음은 며느리가 손자를 안았으며, 문장 순서를 바꾸어 질문했다.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아빠”

아들은 변함없는 팩트에 흐뭇해하였다.

며느리는 늘 그랬기에 놀랄 거 없다는 자세였다.


드디어 손자의 사회성과 상황판단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순간이 왔다.

그때는 아들이 방에 있었고, 손자는 엄마품에 안겨 이야기를 듣는 중이었다.

갑자기, 아내가 며느리에게 지금 손자의 사회성을 알아보자고 하면서

손자에게 물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

아내가 자신의 추측에 확신을 가지며 말했다.

“이거 봐, 얘는 아빠가 없는 상황을 알고 대답한다니까.”


며느리는 제대로 못 들은 거 같다면서 한 번 더 물어봐달라고 하였다.

똑같은 물음에 손자의 대답도 동일했다.

“엄마”

며느리가 무척 만족스러워했고

다 함께 마음껏 웃었다.


웃음소리가 컸던지, 아들이 방에서 나왔다.

손자가 이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궁금하여 아내가 손자에게 다시 물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엄마 품에 안겨있던 손자가 분명하게 답했다.

“아빠”

아들이 손자를 안아주며 말했다.

"우리 아들 최고"


두 살짜리가 그렇게 대답하다니, 참 특이하게 느꼈다.

내가 평소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상황판단이다.

아내는 상황 판단이 신속하고 정확한 편이다.


후손들이 선조들로부터 좋은 부분만을 물려받기 바란다.

나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나무위키, https://namu.wiki/ (검색일, 2023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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