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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아들은 언제나 1순위
내가 0순위인줄 알았다
by
교수 할배
Dec 30. 2023
큰아들네 손주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12월 23일부터
열흘 동안 겨울방학을 하는 바람에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다행히 아들 내외도 직장에서 휴가 기간이라 자녀들과 재미있게 지낸다.
아내는 주로 식사 준비를 하는데, 날마다 새로운 음식을 조리한다.
어제는 녹주전을 부쳤다. 녹두를 물에 불려 도깨비 방망이 믹서로 갈았다.
돼지고기도 잘게 갈아서 어린 손주들이 먹기 좋게 만들었다.
후라이판이 두꺼워서 그런지 타지 않고 노릇노릇하여 맛이 있었다.
아내가 아들에게 말했다.
“아들, 고기가 많이 들어 있으니 많이 먹어라.”
“맛은 좋은데, 고기가 들어 있는지는 느낄 수 없어요.”
오늘은 아내의 생일이었다.
아들 내외가 저녁에는 밖에서 먹자고 하였다.
아내는 피곤하여 외출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고 하였다.
오후에는 봄 날씨처럼 화창하여 아들 가족이 공원에 가서 자녀들이 마음껏 뛰어 놀게 하기 위하여 외출했다.
그 동안 아내는 저녁을 준비했다.
아들을 위해 두번째로 만든 고기 녹두전
녹두전도 만들었다.
식탁에 올라온 녹두전에는 돼지고기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굽혀 있었다.
아들이 보기에 고기가 분명히 보이고 씹어먹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맞춤으로 부쳐주었다. 아들은 만족스러워하면서 먹었다.
엄마의 마음에는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었나보다.
자기의 생일을 축하하는 외식의 기회를 마다하고 고기를 줄줄이 소세지 크기로 잘라서 굽다니. 그것도 타지 않게 적절히 뒤집으면서.
아내가 자신을 희생하는 태도는 아들의 중학교 1학년 때 기억을 소환했다.
아들의 중학교에서는 점심식사로 급식을 제공하였다.
“엄마, 월요일부터 도시락 싸 주세요.”
“학교에서 점심 주잖아.”
“학교 점심은 맛이 없어요.
도시락 싸 오는 아이들도 있어요”
아내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내는 춣산 후에 산후 조리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
산후조리원이 없었을뿐만아니라 양가 모친의 도움 받을 형편도 못되었다.
자녀를 양육하면서는 밤에 깨는 아이들 달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잤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침 식사 준비를 힘들어 했다.
아들들 아침은 내가 우유에 시리얼을 넣어서 대충 먹였다.
아들이 도시락 부탁하는 모습을 옆에서 듣고 있던 나는 생각했다.
‘무슨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를!’
아내가 비장한 어투로 아들에게 말했다.
“알았어, 싸 줄게.”
아들은 8시에 등교한다.
아내는 아들이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도록 7시경에 일어나서
밥을 하였다. 반찬을 준비하여 도시락을 완성하였다.
나는 보통때처럼 아들들에게 간단한 아침을 주었다.
아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본 아내는 다시 침대로 들어갔다.
여자는 약해도 엄마는 강하다고 했던가.
엄마는 아들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을 보면서 행복을 느낀다는 말도 들었다.
아내는 아침의 꿀잠을 포기하고 도시락을 싸 주었고,
아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려고 생일 축하 외식도 가지 않고 조리하였다.
엄마의 역할은 아들이 결혼하면 끝나는 줄 알았다.
아들이 1순위라면 남편은 0순위로 알았다.
나는 뭘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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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로 퇴직, 아들 네 명 모두 결혼. 일생을 회고하고, 손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긴다. 되돌아보니, 하늘, 가족, 이웃의 도움을 많이 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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