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다녀온 남자들은 다 안다

축구 얘기가 아니다.

by 교수 할배

소원수리(訴願受理)!


군대에서는 하급자가 내부의 불합리함이나 고충을 알려 이를 바로잡기를 청하면 상급 부서에서 이를 받아들여 처리하는 절차를 말한다.*

신참들은 주로 선임들이 괴롭힌 내용을 소원수리에 자세하게 써서 제출한다.


오늘 점심 식사를 하기 전에

손자가 식사를 기다리기 힘들었는지

아침에 먹다 남은 시리얼을 씹어 먹고 있었다.

인심을 쓰고 싶어서 큰 과자를 두 개 보여 주며 “먹고 싶니?” 했더니

웬일인지 고개를 저었다.

그 애 눈 앞에서 한 개를 먹어버렸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손자는 먹고 싶다는 뜻으로 손을 내밀었다.

남은 거를 건네주었다.

먹으면서 자기의 유아용 식탁으로 갔다.


잠시 후 아내가 불평하였다.

“왜~ 과자를 주었어요? 밥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알았어?”

“애가 그랬어요.”

“애가 뭐라고 했는데?”

“과자를 누가 주었는지 물어보니, ‘할아버지’라고 했어요.”


옆에 있던 며느리가

"분명히 '할아버지'라고 했습니다."라고 하면서 웃었다.

손자는 자기가 꾸중을 듣게 되는 상황을 알아차리고

할아버지의 선행을 비행으로 바꿔버렸다.

손자에게 "너는 아빠를 좀 닮아야 되겠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어리둥절해하는 며느리에게 아들의 군대 얘기를 들려주었다.

아들이 휴가 나왔을 때, 부모와 동생들에게 전해준 스토리는 이랬다.

하루는 부대에서 소원수리를 쓰라고 했다.

군인들은 저마다 선임들이 얼마나 괴롭게 했는지를 상세하게 써서 제출했다.


아들은 선임이 자주 힘들게 하기는 했지만,

좋게 보낸 시간도 몇 번 있었기에

참고 넘어가기로 했단다.

며칠 뒤 내부반에서 모든 선임들이 영창으로 끌려갔다.

한 명만 제외하고.


그날 저녁 아들은 선임으로부터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하였다.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았고, 아들이 그것을 소원수리에 보고하지 않아서

벌을 받지 않았기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였단다.


아들은 동생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칼자루를 쥐었다고 해서 기분 내키는 대로 휘두르면 안 된다.

한 번쯤 참으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그 때나 지금이나 아들은 생각보다 성숙하다.

훨씬 잘 참는다.

중언부언하지도 않는다.

동료들과 잘 지내고

선배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


유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네이버 국어사전, "소원수리" https://ko.dict.naver.com/#/search?range=all&qu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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