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서 자녀를 보며 흐뭇한 장면이 여럿 있을 것이다. 내게는 내 아이가 책을 읽는 장면이 단연 으뜸이다. 어릴 적에는 아이 손 닿는 책꽂이에 아이가 좋아할 만한 책을 많이 꽂아 놓았다. 책 한 권 읽기로 시작한 놀이가 책이 점점 쌓여가며 한참을 지난 적도 있었다. 그 시절은 그랬다. 부모가 무릎에 앉혀놓고 책을 읽어주면 아이가 같이 책을 읽었다. 요즘도 주말 어린이 도서관에 가면 그런 명장면을 보곤 한다.
책을 좋아하는 교사인 나는 교실에서도 이런 모습을 연출한다. 아이들이 하교하고 나면 교실을 정리하면서 아이들 책상에 그림책을 한 권씩 놓아준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은 교실에 와서 선생님이 놓아준 그림책을 읽는다. 다음 날은 새로운 그림책으로 바뀌어져 있다.
올해 만나는 1학년 아이들은 아직 학교 온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도 책을 참 잘 본다. 한글을 완전히 깨치지 못한 아이들도 그림이 있고 글은 적게 있는 그림책을 그리 큰 부담 없이 잘 읽는다. 아침, 반짝이는 얼굴로 교실 문을 밀고 들어와 인사하고는 제자리에서 그림책을 보는 아이들의 풍경은 참 멋지다. 훌륭하다고 말해주고 싶은 풍경이다.
학교의 첫 걸음마를 시작한 이 아이들, 부디 지금처럼 책을 맨날 맨날 봐도 질리지 않고 읽기를 바래본다. 이 중에 몇 명은 책을 읽다가 더 궁금한 것들이 생겨서 도서관을 기웃거려 보기도 하는 아이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