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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시범사업 컨설팅

새마을 세계화 재단 사업장

by 노고지리

2019년 3월, 새마을 세계화 재단의 자문 위원으로 자카르타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기내에서의 7시간 동안, 시범마을에서 어떤 성과를 내야 할지를 고민하였다. 동남아시아의 강국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로 온화한 날씨와 저렴한 물가, 화려한 볼거리를 한꺼번에 누릴 수 있는 곳이라 하여 설레기도 하였다. 세계 최대의 섬나라로 1만 8천 개가 넘는 섬들은 어떤 모습이며, 2억 9천만 명의 국민들은 어떻게 살아가며, 농민들의 주 소득원은 무엇이며, 새마을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가 내내 궁금하였다.


자카르타 국제공항은 인천을 능가할 정도로 규모가 큰 데다 첨단 시설을 자랑했다. 공항 직원들은 친절하였고 히잡을 쓴 여성들은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겼다. 인도네시아인들은 거의가 이슬람교도들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거리에 흥청거리는 사람이 없고 담배꽁초도 없이 깔끔했다. 낭비가 없는 나라로 보였으며, 캄보디아와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SE-62d6afd8-b38b-4d8f-87b1-26c2b6192ec5.png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위치도

인도네시아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9배이며, 1인당 GDP(2017)는 3천8백 달러로 동남아 개도국들보다 높은 수준이다. 많은 인구와 넓은 영토, 지정학적 중요성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에서는 매우 강력한 정치적 힘을 행사하는 나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의 장기발전 전략인 신 남방정책의 ASEAN 10개국 중 중요한 경제협력대상국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족 자카르타’는 중부 자바 섬의 옛 수도로서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의 거리이다. 고대 불교 왕국과 힌두교 왕국이 번갈아가며 문화유산을 많이 남긴, 인구 70만 명의 역사 문화의 도시이다. 이곳에 재단의 시범마을이 있다. 벼농사에 의존하며 가난을 대물림하던 농민들이 다른 소득원을 찾아볼 여유조차 없이 어렵게 살아왔을 것이다. 이곳에 잘 사는 농촌의 모델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것이 재단의 목표이다.


내가 방문한 곳은 족자카르타주에 위치한 블레 베란과 본종 지역이었다. 블레 베란 4개 마을에서는 20 농가가 느타리버섯을 재배하고 있었으며, 본종 마을에서는 40여 마리의 소를 공동으로 사육하고 있었다.


가자마다 대학 버섯재배 교수의 컨설팅

수많은 종류의 식용버섯은 무공해 건강식품으로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고급 음식으로 개발되고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는 재배환경도 좋지 않을뿐더러 아직은 대중화되지 못하여 소비량이 많지 않다. 블레 베란에서 재배하는 느타리버섯도 칼로리가 거의 없이 고단백이어서 다이어트나 성인병 예방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지면서 찾는 사람이 조금씩은 늘고 있다고 한다. 버섯은 온도, 습도에 매우 민감하여 한국에서도 어려워하는 작목이지만 소비량 증가를 예상한다면 농가 소득원으로 유망하다고 판단하여 시범사업에 착수했을 것이다.


열대성 몬순 기온인 인도네시아는 연중 고온다습한 기상환경으로, 저온 다습을 유지해야 하는 버섯에는 불리한 여건이다. 블레 베란 버섯농가들은 재배사를 지은 지 2년 차로, 재배기술적으로도 초보 수준을 면치 못하는 농민들이다. 재단에서는 사전에 희망 농가를 파악하여 건축비 일부를 지원하였다. 국가의 기술 지도(Extension) 시스템이 미치지 못하여 종균을 공급하는 현지 민간업자에게 의지하는 정도였다. 한국에서 파견된 직원들도 농업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었고, 사업을 시작했을 때만 한국의 버섯 전문가가 잠시 컨설팅해 준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버섯 재배농가의 재배환경과 개선사항 지도

재배사가 환기가 불량하고 온도가 너무 높은 것이 문제였다. 버섯이 나올 때는 온도 15~17℃와 습도는 97%로 유지돼야 하나 방문 당시 재배사 온도는 26℃에 습도는 92%였다. 지붕에 부직포를 덮고 실내에는 차광막을 씌워 온도를 낮춰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기술 지원은 ‘가자마다 농과대학’ 버섯 교수에게 수당을 지급하더라도 정기적으로 현장지도를 해 주는 것이 급하였다. 재배사 주변에 나무를 심어 그늘지게 해 주라고 하였다. 20 농가에서 버섯이 한꺼번에 나올 것을 대비하여 포장재를 만들고 판매처를 확보하라고 했다. 종균을 공급하는 민간업자의 제품을 믿을 수가 없으니 자체 우량 종균 생산을 위해서 공동시설도 필요했다.


이 모든 일들을 농가에서 스스로 해 내기는 어렵다. 버섯 재배를 희망했던 농가들을 믿고 지원 사업에 나섰던 재단에서는 새로운 일에 도전했던 농가들의 사기가 죽지 않도록 다방면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했다. 그동안 버섯을 알지 못했던 파견 직원들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을지 짐작이 간다. 이 정도라도 유지되었던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인도네사아 족자카르타 주 재단 사무소와 파견자, 현지보조원

본종 마을의 소 공동 사육장을 방문하였다. 소는 위가 4개여서 되새김질을 하며 풀을 먹고사는 초식동물이다. 양질 조사료를 충분히 먹여야 하는데 볏짚 사료에 의존하고 있었다. 40두의 소를 한 곳에 가두어 기르니 축사가 불결하고 운동 부족과 영양결핍으로 질병에 노출되었다. 또한 송아지를 생산하는 번식우가 목표인지, 살을 찌워 판매하는 비육우가 목표인지가 확실치 않았다. 개인에게 소를 1두씩 맡겨주어 분만 시 되돌려 받는 배내 기식으로 관리되는 개체는 그나마 낳아 보였다. 공동 관리되는 소 들은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피부병도 심했다.


우선 축사 주변 공터에 옥수수와 수단그라스를 심어 양질 조사료를 확보하게 하였다. 농후 사료는 사료비가 비싸서 경영비 부담이 크다. 따라서 조사료와 농후 사료 급여 비율을 7:3으로 지키도록 하였다. 고온다습한 기상조건에서는 사료 흡수율이 낮아 비육 효과가 낮다. 그래서 번식우 사육으로 바꾸도록 하였다. 경영비도 절감하고 단기간 내에 송아지 수를 늘려 사육규모를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에게 소금을 먹여 미네랄을 보충하도록 하였다. 공동 사육장은 전염병 예방에 유의해야 하므로 무분별한 사료 업자의 출입을 통제하고 출입구에 소독조를 설치하도록 하였다.


현지 출장결과 종합토의

버섯이든 소 사육장이든 현장에서 발생된 많은 문제점들을 파견된 한국인들 몇 명과 마을 주민들의 힘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일이었다. 두 개 마을이 '구눙끼둘' 군 소속이었으므로 군청 관계관들과 미팅을 요청하였다. 그동안 지방정부와 접촉이 미흡했던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다음날 회의장에는 과장 3명과 실무진 10여 명이 나와 주어 그동안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진지하게 협의했다.


나는 공무원들에게 “ 마을 주민들의 소득을 올려 스스로 잘 살게 해 주려는 시범사업”임을 강조하였다. “본 사업이 성공해야 인근 지역 확산도 가능하다"라고 했다. 또한 “재단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충분치 못하니 지방정부 예산을 확보하여 어려운 부분을 보완해 달라” 하였다. “타국에서 고생하는 젊은 단원들의 안전과 현지 활동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였다. 한국 측 새마을 재단에서 물적, 인적자원을 투입하는데 현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망된다는 뜻을 전달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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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한참 동안 상의하더니 지방정부에서 지원 가능한 부분을 추경예산에 반영해 보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담당 공무원을 배치시켜 주기적으로 현지 출장에 임하겠다고 했다. 지원 사업으로 종료되는 것이 아니고, 시범사업이 성공해야 다른 마을에도 지속적인 지원과 확산이 가능하다는 우리 측의 의견을 이해한 것으로 보였다. 기대 이상의 성과라고 생각했고 감사했다. 그래서 문은 두드려보라고 했던가 보다.


인도네시아에 조성되는 버섯과 소 사업이 지금은 작은 규모일지라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클 것이다. 많은 개도국에 지원되는 공적 개발 지원(ODA) 사업이 단타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현지 정부에서도 가능한 예산을 투입하면서 동참한다면 사업 성취와 지속성은 담보된다고 본다. ODA 사업이 성공하려면 작은 것부터 소홀히 해서는 아니 된다. 새마을 세계화 재단에서 추진하는 버섯과 소 사육 사업이 성공리에 종료되어 인도네시아 전역에 확산되는 좋은 사례를 남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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