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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고지리 Feb 01. 2022

한 시간 말하려면 열흘을 준비

스피치 기법

 학창 시절 웅변대회에 여러 차례 참가해 봤다. 지금 생각해보니 마음에서 울어 난 내 주장 이라기보다는 스피치 기법을 익히는 것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언어를 구사하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었기에 말 한마디가 촌철살인의 위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주어진 시간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뜻을 전달하고, 상대가 호응해 주느냐에 따라 스피치의 성패가 달렸다. 말의 수준이나 표현 방식, 사용하는 용어가 상대방을 감동시키거나 아니기도 하였다.    


신뢰와 공감을 얻으려면 청중들의 관심사에 내용을 집중시키고 핵심을 짚어서, 간단명료한 표현기법이 중요하다. 그저 그런 이야기를 길게 끄는 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상대를 고려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평을 받을 수도 있다. 


평소 말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식과 소신과 능력이 있다고 보아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직업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정치인, 선교사, 교육자, 아나운서, 개그맨들은 표현 기법이 뛰어나 상대방을 쉽게 설득시키고 감동을 주면서 웃기기도 울리기도 한다. 그들은 말하는 것 자체가 생활이므로 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름대로의 숨은 노력이 있을 것이다. 농민들을 지도하는 선생님들도 풍부한 자질과 표현 기법을 연마해야 실력 있는 공직자로 환영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직 시절 교육, 회의 주재, 격려 등 수많은 스피치 기회가 있었다. 내 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중요한 것은 사전 준비와 자신감이다. 모임의 주제가 무엇이며 대상이 누군지를 파악하여 충분한 준비가 되었다면 자신 있게 단상에 올라설 수 있지만, 준비가 소홀했다면 목소리부터 기어들어 간다. 내 말에 책임을 져야 하며, 의도 한대로 이끌어 가고 싶다면 사전에 준비해야 할 중요사항들을 다음과 같이 설명해 보고자 한다.


① 그날의 주제가 무엇인가 

당일의 주제를 명확히 알고 여유를 갖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론에만 치우치지 말고 사례중심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 1시간 교육을 한다면 10일 동안 준비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회의를 주재한다면 참가자들을 목표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미래를 예측할 줄 알아야 하며 풍부한 지식과 노련한 경험으로 리드해 간다면 전문가로서 뿐 아니라 지도자로서 신뢰는 쌓여갈 것이다. 그러나 자료를 자주 본다거나 뒤에 배석한 중간 간부에게 묻는다거나 잊었다거나 등 자신감 없는 모습에는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② 말을 듣는 대상이 누구인가 

농촌지도 대상은 남녀노소, 지식인, 무학자 등 누구나 참석할 수 있으므로, 예상치 못한 질문이 튀어나올 것으로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항상 긴장해야 하며 다양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공직자나 농업인들이라면 그 부류에 맞는 내용과 관심사와 수준에 맞게 준비하라. 공무원들에게는 공복으로서의 사명감과 봉사정신을 기본적으로 강조하고, 농업인들에겐 농정 해설과 소득증대 방안이 관심사가 될 것이다. 


③ 최근 이슈, 인용 자료, 사례 준비하기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관심사인 최근의 이슈를 먼저 꺼내고 주제에 대한 인용 자료, 성공 실패사례까지 말한다면 스피치의 효과는 매우 좋을 것이다. 따라서 신문이나 TV 언론에 귀를 기울여 시사에도 밝아야 한다

  

④ 메모지에 요약하되 보지는 않기 

만약을 대비해서 메모지에 요약하고 지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메모하는 과정에서 이미 머리에 입력이 되므로 단상에 오르더라도 메모지는 볼 필요가 없어진다. 원고를 보면서 하는 스피치는 신뢰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준비는 하되 가능한 보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외국인들과의 중요한 미팅이라면 자료에 의거한 설명이 중요하다. 공식 석상에서의 미팅은 국가 간의 약속이 되므로 반드시 문서에 근거해야 된다. 


⑤ 질문에 대비하기와 유모어 감각

다양한 참가자들의 생각이 다양할 수밖에 없으므로 무슨 질문이 나올지는 스스로 예상해야 한다. 예상 질문에 대비하되 실력과 경험이 노련하다면 오히려 유능한 리더로서의 위상이 높아지고 존경심도 증가되는 좋은 기회가 된다. 즉석에서 답을 할 수 없는 경우라도 당황하지 말고 ‘모른다’고 하지 말라. 나중에 알려주면 된다. 유모어 한 마디씩은 교육장 분위기를 금방 부드럽게 해주는 마력이 있다. 유모어 감각을 익히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라. 


⑥ 대중의 감정에 휘말리지 않기 

여러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참가자들이 대중심리에 편승하여 평소에 보이지 않던 행동들을 보여줄 때가 있다. 즉 집단 이기주의적 분위기 때문에 맘에도 없는 행동을 억지로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악의적으로 과격한 행동을 주도 또는 선동하는 경우에도 휘말리지 말고 냉정한 판단으로 차분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칫 분위기에 위축되어 흔들리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며 리더로서의 권위는 크게 실추될 것이다.    


⑦ 복장을 갖추고 당당하게 나서기 

복장은 청중에게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예의이며 또한 자신의 권위를 보여주는 것이므로 가능한 정중한 차림을 한다. 강단에 오르거나 내려올 때도 어깨를 펴고 당당한 자세를 유지한다. 우람한 체격이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바르고 의젓한 자세는 상대를 압도하는 간접적 효과가 있다. 


⑧ 배에서 나오는 목소리로 가다듬기 

목소리는 타고난 것이므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혁대를 단단히 매고, 물 한잔 마시고, 배에서 나오는, 힘이 실린 안정된 목소리가 장내를 장악할 수 있다. 쉰 목소리나 가냘픈 소리는 듣기에 왠지 불안하다. 듣기 좋은 낭랑한 목소리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복이지만 젊었을 때 체계적인 발성 연습은 매우 좋은 효과를 볼 수가 있다.   


⑨ 눈에서 빛을 발산하고 적절한 제스처 

사람을 처음 볼 때는 누구나 눈부터 본다. 총명하고 맑은 눈빛은 신선하고 매력적인 첫인상을 주게 된다. 시선은 항상 청중을 바라봐야 한다. 눈에 광채가 난다는 말이 있듯이 눈을 똑바로 뜨고 노려보듯 할 때 상대방에게 위압감을 줄 수가 있다. 중요한 부분이나 적절한 시점에는 손으로 제스처를 함으로써 주의를 환기시킨다. 탁자를 조용히 두드리거나 방향을 가리키거나 요령껏 청중의 이목을 끄는 것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무시할 수 없는 팁이다. 


⑩ 최대한 예의를 갖추기 

말하는 시간 내내 상대방을 존중하고 공경하는 언어를 사용하도록 노력하라. 간혹 감정이 오르면 자신도 모르게 천박한 단어들이 튀어나오는데, 이럴 경우 관중으로부터 반감을 살 수가 있으므로 평소에 세련되고 우아한 언어 사용을 습관화해야 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집중하지 않거나 소란스럽거나 딴전을 피워도 직접적으로 나무라기보다는 박수를 친다거나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바꾸도록 노력하거나 휴식시간을 주어라.  


⑪ 끝나면서 요약하기 

교육이나 미팅이 끝날 쯤엔 상대방은 나의 말을 정리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뭐가 중요한지를 기억하지 못할 수가 있으므로 강의 내용을 요약하여 다시 한번 강조하면 스피치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교육하고 설득시키는 등 교감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므로 단상 위에 오를 때는 남보다 많은 노력이 요망된다. 전공분야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이론이나 실기에서 자신만만한 실력을 갖추었다 할지라도 글로벌 시대에 온라인상에서의 정보는 넘쳐난다. 잠시라도 게으름을 피운다면 그만큼 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심하고 끝없이 노력하라. 존경받는 지도자라면 지도자다운 노력과, 미래 예측과,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인품과 실력을 갖추는 것이 자신의 경쟁력을 길러나가는 길이다.    

캄보디아 연수원에서의 환영사, 현지 정부 고위층과 직원들, 지도자들 앞에서 한국인 전문가로서 발언은 신경 쓰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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