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집지역을 떠나 자연 속에서 살아보자.
해가 지면 사람들은 일을 멈추고 잠자리에 들면서 내일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한다. 마찬가지로 식물도 낮동안의 동화작용을 멈추고 호흡만을 하다가 다음날 해가 뜨면 생육은 다시 시작된다. 이처럼 생명을 가진 우주의 모든 생명체는 빛이 있는 낮에는 낮대로, 어둠이 내린 밤에는 밤에 맞게 적응하며 살아 움직인다. 깊은 바닷속 심해어는 빛을 보면 살 수가 없는고기도 있다. 이것이 자연 순환의 법칙이며 생명활동의 리듬이다. 이 같은 자연의 질서에 모든 생명체는 순응하며 살아간다.
낮 시간의 온갖 스트레스로부터 우리 몸을 지키고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편안한 잠자리이다. 사람들은 수면하는 동안 의식 없이 깊은 잠 속에 빠져들기를 바란다. 우리 몸을 회복시키고 치유하기 위해서는 밤에 잠을 잘 자는 것이 어떤 보약보다도 더 값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빛, 소음, 생소한 환경, 낮에 쌓인 스트레스 등에 노출되거나 질병이나 불면증에 시달린다면, 밤은 괴로우며 다음날까지도 몸은 가볍지 못할 것이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식물은 햇빛이 내리쬐는 낮시간에는 빛을 받아 동화작용을 위해 줄기와 잎들은 경쟁적으로 고개를 내민다. '한 해 농사는 날씨에 달렸다'라는 말은 '햇빛을 많이 받으면 풍년이 된다'는 뜻이다. 빛이 없는 밤이 되면 서늘한 기온 조건이 되어야 낮에 축적했던 동화 물질을 체내 여러 곳에 저장하여 열매와 뿌리가 굵어진다. 하지만, 밤 온도가 열대야처럼 높게 지속되거나 불빛에 밤새도록 노출된다면 열매가 충실하지 못하고 맛과 향이 제맛을 잃는다. 산간지대의 과일이 맛이 있고 신선도가 오래가는 것은 밤 시간의 온도가 평야지 온도보다 낮기 때문이다. 가로등 불 아래서 자라는 들깨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잎만 무성한 원인은 밤 시간의 불빛 환경 때문이다. 이처럼 낮에는 빛이 필요하고, 밤에는 어둠이 돼야 하는 것이 식물생리의 질서이다. 이에 반한 환경이라면 그 식물체는 정상적으로 자랄 수가 없다.
사람들은 낮 시간에 열심히 일하고 밤에 숙면을 취하며 건강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나는 초저녁 잠이 많아 매일 10시경이면 잠자리에 든다. 나이 들어가면서 충분한 시간을 자 보려 해도 새벽 두세 시면 잠이 깬다. 그것도 숙면이 아닌 불량 수면 상태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몸을 뒤척인다. 잠에 들만하면 호흡이 어려워지니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깊은 심호흡을 연거푸 해야 할 때면 곧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 이런 증상은 30여 년 전부터 조금씩 찾아왔다. 특별한 이유를 몰랐던 나는 막연하게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받는 정도의 스트레스는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것이었다. 호흡기내과 의사 진찰을 받고 폐 CT까지 찍어봐도 특별한 병명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결국 20년 전 내키지 않은 신경정신과 약을 처방받았다. 약을 복용하면 좀 편해졌다. 잠도 그런대로 이룰 수 있었다. 당시에는 매일 복용하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 아니면 1주에 1회 정도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만 복용하였고, 남는 약은 버렸다. 그렇게 20여 년을 근근이 지내오다 최근에 외국생활을 마치고 국내에 거주하게 되면서 증상이 자주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집안에 갇혀 익숙지 않은 집안 살림, 고향 집 문제, 선산 관리, 가족 간의 문제 등 신경 쓸 일이 많아지니 증상이 좀 더 심해졌다. 요즘엔 매일 약에 의존해야 할 정도가 되었고 약 효과도 약해져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요즘 들어 밤은 나에게 두려움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오늘 밤을 어떻게 잘 보낼까 가 나만의 고민이 되었다.
밤이 두려워진 원인은 무엇일까. 나뿐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인류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라는 속설이 있다. 이는 남녀관계, 권력자들의 비밀스러운 정치문제, 자연현상 등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의학계에서는 인체의 역사는 어두운 밤에 이루어진다고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밤에는 누운 자세로 자기 때문에 인체 내에서 중요한 일들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낮에는 의자에 앉거나 서 있는 자세로 중력에 저항하는 만큼의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일한다. 이때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며 긴장된 상태가 유지된다. 밤이면 누운 자세만 취해도 신체의 에너지가 절약되어 뼈가 휴식을 하고 신진대사가 원활해져 면역력이 생기며 온 몸을 회복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수면이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는 것이다.
불면증 때문에 편안해야 할 밤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은 각양각색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스트레스에 지친 사람들, 생각이 너무 많아 밤새 두뇌를 굴리는 사람들, 권력자나 정치인의 부정부패에 탄식하고 원망하며 충격받은 사람들, 불면증이나 기저질환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는 환자들, 부부간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여 고민에 빠진 사람들, 아파트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갈등관계 등 사연들은 셀 수도 없이 많다.
밤이 두려운 분들에게 행복한 밤 시간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았다. 우선 불면증의 원인을 찾고 이를 없애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면 의사와 상담하며 약물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더 심해지기 전에 말이다. 잘못된 수면 습관을 바꿔보고, 숙면을 취할 수면 위생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매사에 욕심을 버리고, 단순하게 생각하며, 오늘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작은 기쁨에도 소리 내어 웃어보자. 적당한 운동으로 몸의 구석구석을 자극하여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자. 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소리를 질러보자. 가능하다면 사람이 많은 밀집지역을 피하여 조용한 곳으로 주거지를 옮겨보자. 법정스님은 "노이로제는 현대인의 문명의 병으로 자연과 더불어 가장 자연스러운 생활을 통해서만 정신 상태는 자연스럽게 제 기능을 하게 된다" 라고 밝히셨다. 자연 속에서 세상사를 잊고 흙을 밟으며, 신선한 바람을 마시며, 텃밭을 가꾸며, 제철 농산물을 먹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