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산 길을 막는 악덕업자
고향마을에는 저희 종산이 있습니다. 도로 따라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가에 10ha 규모의 종산을 후손들이 물려받아 관리해왔지요. 조상님들이 잠들어 계시는 소중한 곳으로 큰집, 작은집 식구들은 매년 벌초며 성묘며 우애를 다지며 평화롭게 살아왔습니다. 약 10여 년 전 어른들은 종산 관리 자금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위치 좋은 종산 입구 일부분(1ha, 약 3천 평)을 개인에게 팔아넘겼습니다. 땅의 새 주인은 경관이 좋고 물도 깨끗한 이점을 살려 그곳에 펜션과 식당을 개업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펜션 입구와 종산의 출입로를 같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입구를 지나면 산 밑으로 차량한대 다닐만한 길이 종산으로 진입하는 길이며, 펜션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같이 사용하게 된 것이죠. 그곳은 도시에서도 가까워 여름철이면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유명 펜션으로 변하였습니다.
그런데 2년 전인 1월 1일 아침, 예기치 못한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집안 어르신 한분이 별세하시어 운구행렬이 종산으로 진입하려 하는데, 펜션 차량이 종산 입구를 막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당황하여 빨리 차를 치워달라 했지만 펜션의 젊은 사장은 '시신은 자기네 사업장 앞으로 자나 갈 수가 없다'라고 버텼습니다. 운구차량은 물론 공사차량까지도 진입을 막아버린 암담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유가족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한쪽에선 사장과 입씨름을 하며 법석을 떨었습니다. 더구나 묘지 공사업자들 조차도 '펜션 사장이 불법 묘지조성으로 신고하면 자기네까지 골치 아프다라며 장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당시 사장의 주장은 '종산의 입구는 하천길로 자기네가 시청으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았으므로 출입을 통제할 수가 있다. 더구나 새해 첫날 아침 운구행렬은 펜션업자로서 허용할 수 없다'라는 거였습니다. 순진하기만 한 유족들은 그 말을 믿고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차량으로 통과했더라면 금방 지나갈 길을 돌아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례행렬이 마을 앞을 지나려면 일정액의 사례금을 지급하고 통과시켜주는 말로만 들었던 '악덕업자'가 바로 펜션 사장이었습니다.
나중에 시청 묘지 관계부서에 문의한 결과 '하천도로를 개인에게 점용 허가를 해준 일이 없으며, 설령 허가해 주었더라도 도로를 막는 행위는 위법이다'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그때 젊은 사장은 순진한 유족들에게 거짓말을 서슴없이 하며, '자기 말에 따르지 않으면 묘지 법 위반을 시에 신고를 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입니다.
이처럼 안타까운 사정을 본 지인은 '또다시 통행을 막으면 112에 신고하여 경찰에서 도로 통행법 위반으로 사장을 단속하게 하라'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장은 불법 묘지조성으로 대응하겠지요. 사실 우리 측에서는 펜션업자를 압박할 특별한 무기가 없습니다. 수십 년 전부터 이어받은 종산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를 갖인 후손들은 앞으로도 종산을 출입해야 할 일이 많은데 이 같은 어려움에 봉착하여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유교사상에 근거한 조상 공경의 정신이 있어 ‘매장하는 것이 효를 다 한다’는 인식으로 화장(火葬)보다는 매장(埋葬)을 선호합니다.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서도 장사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좁은 국토가 매년 묘지로 잠식당하고 있으니 전통적인 매장문화 풍습은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선산이 고향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앞으로 10ha 규모의 산지에 묘지를 조성할 만한 곳은 이미 한계에 있으며, 더 큰 문제는 ‘조성된 묘지를 누가 어떻게 관리해 나가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소중한 재산인 종산 출입을 일개 업자의 의견에만 따라야 하는 악덕 행위도 근절돼야 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 중 제멋대로 나가는 펜션 사장을 다룰 경험담이나 고견이 있으시면 조언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