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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고지리 Apr 17. 2022

쌀값 하락에 우는 사람, 웃는 사람

쌀값 대책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할 때

금년 4월도 절반이 지났다. 농부들은 농사 준비에 바빠졌다. 벼 종자를 고르고 묘판에 파종도 해야 한다. 한 해 농사를 시작할 때는 몸은 고되어도 풍년을 기대하며 희망으로 부푼다. 그러나 올봄 농촌의 분위기는 밝지 못하다. 근래 쌀값이 계속 내려가기 때문이다. 도시 사람들은 쌀값이 오르면 다른 물가도 오른다고 노심초사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세계 곡물가는 폭등한다는데 우리 쌀은 헐값이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서양인들이 빵이 아닌, 쌀을 주식으로 했더라면 우리도 이때 외화벌이로 한몫을 챙겼을 텐데... 우리의 주식인 쌀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좋은 해법은 없을까.  

과거에는 벼를 낫으로 베었으나 요즘엔 벼 콤바인 수확으로 기계화되었다. 

통계청에서 지난해 2021년 10월 수확 시기에 조사한 20kg들이 쌀값은 5만 6천 원이었는데, 금년 3월엔 4만 9천 원으로 내렸다. 쌀값 5만 원 선이 무너져 농사를 앞둔 농민들은 시름에 빠진 것이다. 비료, 퇴비, 농약, 유류대, 인건비 등 모든 자재비는 가파르게 오르는데 쌀값이 오히려 내려간다면 손해 보는 쌀농사를 누가 하겠는가. 그나마 어렵게 농사가 유지돼 왔던 것은 정부의 공익 직불제로 받은 돈으로 손실액을 충당하며 버티어 왔기 때문이다. 


공급량은 많은데 수요량이 적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경제논리이다. 쌀의 생산량이 많은 원인은 무엇일까. 2021년 산 쌀 생산량이 그 이전 해인 2020년 대비 11% 더 많은 수확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지난해 국가의 신곡 수요량은 360만 톤인데 그보다 7%가 더 생산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는 쌀이 27만 톤이라 한다. 농협 창고나 미곡 종합처리장(RPC)에는 매입한 벼가 가득 쌓여있다. 과거에는 남아도는 쌀을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에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미사일 개발과 군사 도발로 UN의 제재에 따라야 하는 실정이다. 과거 1980년~90년대에는 쌀 생산량 500만 톤을 유지했는데 2000년대부터 감소되기 시작했어도 쌀은 남아돈다.  

그 옛날 쌀을 파고 살 때 사용하던 됫박

우리의 벼농사 기술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다. 동남아 국가 ha당 벼 생산량은 약 3~4톤으로 우리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벼 품종은 찰기가 있는 자포니카(단립종)이다. 동남아 쌀은 찰기가 없는 인디카(장립종) 품종이며 가격도 상대적으로 싸다. 이처럼 수량도 많을 뿐 아니라 품질도 좋은 쌀을 생산해 내지만, 우리 쌀을 수출할 길은 만만치가 않다. 외국인들은 우리가 재배하는 찰기 있는 쌀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 국민이 좋아하지 않는 장립종 쌀을 생산할 수도 없다. 그동안 한국의 벼농사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여 거의 기계화되었다. 즉 묘판 기계 파종→기계모내기→비료/농약 드론 살포→콤바인 수확→미곡 종합처리장 등 일련의 과정이 기계화되어 과거보다 훨씬 일손이 편해졌다. 우리 기상여건에 맞는 신품종을 개발하여 수확량이 증가하였고, 토양관리, 병해충 방제, 적정량의 비료 살포, 수확 후 관리 기술이 최고의 수준이다. 기상재해가 없는 한, 매년 풍년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농민들에게 제공되는 정부의 기술 지도 시스템도 잘 돼있어 풍년농사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한국의 농촌지도(Extension) 사업을 도입 코자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새하얀 쌀,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1990년대 한국인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은 120kg이었으나, 2021년에는 57kg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아침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쌀밥을 식구들끼리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던 옛 추억이 생각난다. 요즘은 식습관이 변하여 밥 대신 빵, 피자, 스파게티 등에 익숙해졌고, 다이어트를 이유로 아침밥도 거르기 일쑤이다. 또한 가공식품 소비 증가와 배달음식의 선호로 쌀 소비량은 감소하고 있다. 일본인들도 1인당 평균 소비량이 54kg이고, 대만은 45kg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한다. 우리의 1인당 소비량은 50kg 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부터 매월 쌀 가격 하락으로 올가을 수확기 쌀값에까지 악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도 쌀 재배 의향 조사에는 전년대비 면적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대 우리나라 벼 재배면적은 120만 ha였으나 국토개발과 산업화로 그 면적은 매년 감소하여 2022년도 재배면적은 72만 3천 ha로 추정하고 있다. 

고개 숙인 벼 이삭, 알곡이 충실하게 여물었다

우리의 주식인 쌀 생산 기반이 무너지면 그 파장은 심각하다. 금은보화를 쌓아놓은들, 먹고살아야 할 식량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식량 수급 정책을 농정의 1순위로 챙겨야 하는 것이 신 정부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이다.  농업은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가 많아 어려운 정책인데도 신정부 인수 위원회에는 농업 전문가가 단 한 사람도 포함되지 않았다니 이 나라 농정이 어디로 흘러갈지가 걱정이다. 농민들은 남아도는 27만 톤에 대한 시장격리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기를 바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들은 쌀값 폭등이나 폭리가 아닌, 생산비가 보전되는 수준을 원하고 있다. 우리는 다행히도 쌀은 자급이 가능하나, 수요량 90% 이상의 밀, 콩 등의 식량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곡물가 급등 여파에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쌀값이 하락하면 농민들은 울상이고, 도시민들 역시 가계비는 절약될지언정 마음은 편하지 못할 것이다.  신 정부는 창과 방패의 농업정책을 솔로몬의 지혜로 풀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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