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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Aug 31. 2024

04.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무기력함)

잠시 멈추는 용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어떤 일도 흥미롭지 않고, 모든 것이 귀찮게만 느껴진다. 여름에는 파스텔톤 정장을 즐겨 입는 나는 점 하나라도 묻는 날에는 큰일이 난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그런 것조차 신경 쓰이지 않는다. 길가를 지나가다 의자에 먼지를 털지 않은 채로 앉아 마음을 달래 보기도 한다. 그것도 잠시, 날이 더워서 숨이 턱 막혀 오는 것이 아니라 핸드폰의 문자 소리와 전화벨 소리에 가슴이 답답하다.     


이런 상황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라고 느껴져, 한시도 쉬지 않고 열정적으로 달렸던 나이다. 오늘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대한 스케줄만 소화하기로 한다. 업무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온다. 발길 닿는 대로 걸어본다.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이집 하원 차량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 엄마, 리어카를 끌고 재활용품을 모으러 다니는 어르신, 버스 정류장으로 허겁지겁 달려가는 사람들. 그들에게서 나는 땀과 사람냄새, 마음을 열심히 걸으며 쏟아내는 나의 땀과 삶의 냄새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늘을 사는 생활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하루 에너지를 다 퍼붓고도 내일의 에너지를 당겨서 소모할 만큼 그렇게 대단한 일이 무엇이라고... 정작 중요한 나 자신의 모습을 혹사시키며 하루의 강박에 휩싸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외출 전 갈아입고 걸어둔 정장을 바라본다. 좀 전에 의자에서 묻은 먼지 때문인지 뿌옇게 보인다. 이게 사람 사는 모습이지...     


무기력함이 내 마음과 몸을 무겁게 하고, 머릿속에 뿌연 안개가 끼어 앞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잠시 휴식이 필요하다. 하던 것을 멈추고 나에게 시간을 주는 것이 오히려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일상의 작은 행복에 소중함을 느끼며, 쉼을 허락하는 관대함이야말로 진정한 회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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