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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Aug 18. 2024

03. 다시는 오지 못하게(불안)

이별의 그림자



사랑하는 순간 이별의 그림자가 스며들 것임을 나는 처음부터 예감했다. 그도 나를 떠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내 마음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사랑해, 영원히 지켜줄게’라는 따뜻한 말에 감동하면서도, 나는 그를 밀쳐낼 수밖에 없었다. 내 안에 이미 사랑에 대한 불신이 깊이 뿌리내려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를 향한 내 감정이 솔직하지 못했지만, 그런 불신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것 같아 미안할 따름이다.


하지만 말은 이렇게 해도, 상대가 진짜 떠날까 봐 잡고 싶은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사랑은 요물이다. 겉은 달콤한 포장지로 싸여 있지만, 포장을 뜯은 후에는 이미 사랑의 쓴맛을 알게 된다. 예상치 못했기 때문에 더욱 아프다. 그래서 사랑은 시작 전에 신중해야 한다. 하지만 사랑이란 감정은 수치로 정해져 있거나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예측이 어렵고, 그 흐름의 변화는 무상하다.     


그의 마음이 진심인지, 그리고 나의 감정이 진정한 사랑인지, 3개월 동안 콩깍지가 씌워져 있을 땐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늘 영원할 것만 같았던 우리의 사랑이었지만, 어느 순간 실체를 알게 된 후에는 이미 상처를 받고 난 뒤이다. 그제야 사랑이 너무 아프고, 상처를 많이 받았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고 후회하게 된다.     


이처럼 이별에 대한 몸살을 앓으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을 원한다. 이 감정의 이면에는 사랑이 시작됨과 동시에 이별에 대한 불안이 존재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처럼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지며, 감정도 다르지 않다. 이러한 흐름을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랑과 이별은 결국 쉴 새 없이 순환하며, 이 사이클을 통해 우리는 사랑을 배우고, 이별을 통해 더욱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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