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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Sep 05. 2024

05. 자유와 집착의 경계(자기 존중)

진정한 사랑의 시작


여자 셋이 모이면 의견이 쏟아지는 흥미 있는 대화가 시작된다.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우리는 연애 이야기 삼매경이다. A는 외로움이 너무 커서 솔로로는 못 지낸다고 입이 닳도록 말하고, B는 혼자가 제일 속 편하다 하면서도 가끔은 누군가와의 온기가 그립다며 깊은 감정을 드러낸다.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급한 사랑은 체하기 마련이다. 사랑을 서두르면 상대방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부족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자의 생각을 나누며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보내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가깝게 연결해 주어 우정이 더 끈끈해진다


처음에는 그와의 만남이 진정한 사랑인 줄 알았다. 다정한 말투와 '영원히 지켜줄게'라는 달콤한 태도, 큰 키와 넓은 어깨는 언제라도 나를 포근하게 안아줄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연애 성향이 점점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를 향한 눈빛은 이미 CCTV 같았다. 시도 때도 없는 전화와 주말이면 꼭 만나야 하는 틀에 박힌 관념,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말투는 어떤지, 심지어 작은 행동까지 간섭하며 나를 감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처음에는 그의 과도한 애정이 내게 특별했지만, 점점 자유를 억압하는 것 같아 불편할 따름이다. 이렇게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는 그에게서 점점 지쳐만 간다.


결국, 이 잘못된 관계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하게 된다. 집착이란 사랑이 아니라, 광기 어린 소유욕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관계에 매여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발목을 조여 오는 굵직한 쇠사슬은 점점 더 무거워졌고, 이제는 더 이상 견딜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지 않다. 사랑은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어야 하며, 결코 사랑 자체가 버텨내는 존재로 남아서는 안된다. 이런 고통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오히려 나 자신을 존중하고 자유롭게 하는 것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제는 내 삶의 주체로서, 건강한 관계를 위해 스스로를 지켜야 할 때이다.


진정한 사랑은 서로를 존중하고 자유롭게 하는 관계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집착은 사랑이 아닌 착각을 사랑한 것임을 깨닫고, 내 행복을 우선시해야 한다. 이러한 감정 정화를 통해 더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사랑을 만들어 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가치이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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