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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Sep 09. 2024

08. 왜 자꾸만 그가 잘해주냐고 물어(혼란)

불안한 밤의 문자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핸드폰 알림 소리에 귀가 예민해진다. 깊은 밤에 오는 메시지에 누굴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 남자가 잘해주니?” 전 남자 친구의 문자다. 하지만 이미 헤어진 사람과 연락할 이유는 없다. 잠시 망설이다 답장은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음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이다가 다시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미련이 남은 건지,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인지 생각할수록 혼란스럽다. “그래... 지나간 사람은 이제 과거일 뿐이야...”     


“우리 아기 잘 잤어?” 남자친구의 모닝콜이 어김없이 이어진다. 솔직히 잠을 설쳤지만,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애교 섞인 목소리로 “응, 오빠 잘 잤어.”라고 대답한다. 잠시 후 데이트 장소로 나간다. 그런데 다른 날과는 다르게 남자친구와 카페에 마주 앉아 있어도 집중이 안 되고, 아이컨택이 쉽지 않다. 전 남자 친구의 모습이 자꾸만 지금의 남자 친구와 겹쳐 보이기도 하고,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잠시 화장실로 향한다. 거울 앞에 서서 혼잣말처럼 “너 지금 제정신이야?”라고 스스로를 다그치며 깊은숨을 몰아쉰다. 화장실에서 나와 자리에 앉으려는데, 남자 친구의 표정이 좋지 않다.     


“오빠, 무슨 일 있어? 갑자기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보여?”  

“너야말로 괜찮니?”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너 혹시 다른 남자하고 연락하니?”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오빠, 혹시 내 핸드폰 봤어?”  

“보려고 한 건 아닌데... 아... 아니다... 됐다! 어쨌든 미안하다.”     


차라리 나에게 더 묻고 따지며 화라도 내고 풀기라도 하면 좋을 텐데, 그의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본인도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 것인지, 오히려 너무 차분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시, 악몽은 시작된다. 계속되는 핸드폰 검사는 물론이고, 퇴근 후 다른 사람과 약속이라도 잡는 날에는 영상 통화는 필수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듯, 결국 약속 장소까지 찾아와서 내가 누구와 무엇을 하는지 보고 난 후에야 직성이 풀리는가 싶다. 갑작스럽게 변한 그의 모습이 낯설기만 하다. 이렇게 된 원인이 나에게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고 찹찹하다.     


전 남자 친구의 지속되는 연락에 잠시 흔들렸던 나는 정신을 차려본다. 나를 떠나 이미 인연의 방향을 틀었던 그에게 다시는 돌아갈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지속하기에는, 나는 이미 그에게 상처를 준 상태이다. 나에게 신임을 잃은 그는 사귀는 동안 적지 않은 의심과 집착을 할 것이다. 그 강도는 점점 심해질 것이고, 아무리 내가 올바르게 행동해도 이미 자리 잡은 상처와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아마도 다툴 때마다 전 남자 친구와의 관계를 언급하며 서로에게 고통이 반복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관계의 복잡함과 감정의 무게를 깊이 고민하게 된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놓아주기로 한다.      



나를 떠나서는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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