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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Sep 07. 2024

07. 상처를 넘어서는 힘(치유)

치유를 위한 첫걸음




새로운 인연을 맺는 것에 대해 점점 신중해진다. 내가 먼저 다가가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고, 반대로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그들이 나와 친해지기가 어려운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상태에서 내 험담이 들리면 마음이 쓰라리다. 나를 험담한 사람에게 화가 나고, 그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도 신뢰할 수 없어 보인다. 결국, 이 말을 듣고 난 후 그들에 대한 신임은 제로가 되고야 만다.   


마음이 답답하다. 20대에는 다양한 많은 사람들과 하하 호호 즐거웠고, 30대에는 인간관계의 폭과 깊이 자체가 달라졌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충을 겪어왔지만, 인간에게 받은 상처는 결국 쉽게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남기고, 적지 않은 재생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된다.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마음 정화 명상을 마치고 심신의 기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기로 한다. 특히 시루떡은 좋은 기운을 불러오고 나쁜 기운을 내보내는 심신 정화에 효과적이다. 요즘은 온라인 마트가 활성화되어 있어 자주 돌아다니지 않지만, 그럼에도 내 발길이 시장으로 이끈다. 1년에 몇 번 갈까 말까 한 나에게는 조금 낯선 곳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이곳이 참 정겹기만 하다. 사고파는 사람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느껴지며, 서로의 마음교류가 전해진다.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받지만, 결국 치유는 사람들이 함께 에너지를 나누며 극복해 나간다는 사실이 나에게 따뜻한 위로가 된다.     


나를 험담한 동생을 조용한 카페로 불러낸다. “최예린, 언니는 두 번 말 안 해. 그 잘난 입으로 되묻지 말고 똑바로 들어.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너를 용서할 거야. 착각은 하지 마! 네가 예뻐서가 아니라 너무 미운데 우리는 매일 마주쳐야 하는 사이니까 내 마음 편하자고 어렵게 결정을 내린 거야.    


솔직히 말해서, 네 언행에 많이 실망했어. 그래도 몇 년을 함께 보며 지냈는데 네가 그렇게까지 할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생각할수록 너무 괘씸하지만, 나는 네가 진심으로 반성하는지를 느끼고 싶어. 그리고 네가 저지른 행실을 그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않고 평소와 똑같이 대할 거야. 그러니 너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내.”   


동생은 “언니, 미안하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펑펑 흘렸고, 울고 싶은 만큼 실컷 울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물론 내가 날개 달린 천사여 서가 아니라, 동생의 눈물에서 어느 정도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 배를 타야 한다면 적으로 두기보다는 내 사람으로 만들어 함께 나아가는 것이 더 현명할 것 같아서 내린 판단이다.


울음을 그친 동생을 먼저 들여보낸다. 홀로 카페에 남아 생각에 잠긴다. 문득 내 앞에 놓인 아이스커피를 바라보니, 얼음이 거의 녹아 물과 커피의 농도가 그러데이션을 이루고 있다. 어두운 커피와 작은 알갱이의 투명한 얼음이 넘치지 않고 잘 섞이도록 빨대로 천천히 저어 마셔 본다. '그래, 내 상처도 이렇게 서서히 치유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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