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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Sep 11. 2024

09. 나 혼자 두면 어떻게 해(그리움)

과거와의 결별



무더위가 계속되지만, 가을은 가을이다. 가을비가 내리면, 그리움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며 결국 내 마음속에 스며드니 말이다. 이럴 때면 잊혀 가던 기억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나를 떠나간 사랑, 내가 떠난 사랑, 그리고 서로를 떠난 사랑... 결론적으로 이별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하지만, 그리움만 쌓이는지, 그대로 잊혀 가는지에 따라 그 사람과의 추억의 농도는 달라진다.     


내가 떠난 사랑, 그리고 서로를 떠난 사랑은 크게 미련이 남지 않는다. 본인의 감정 흐름이 가다가 끊기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문제는 나를 떠나간 사랑에 대한 미련과 그리움이다. 이미 나를 떠난 사람은 아무런 소식이 없고, 그와 재회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허공에 대고 그리움을 표현하는 내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며 스스로를 다짐하지만, 미련이라는 감정을 느끼고 또 되뇌는 과정에서 외로움의 깊이는 더욱 커져만 간다. 이때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그 사람이 그리운 것인지, 막연히 익숙함이 그리운 것인지를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앞으로 맞이해야 할 새로운 사랑이 낯설고, 인연의 첫 페이지를 여는 과정이 번거롭고 심지어 귀찮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과거의 사랑에 머물 필요는 없어 보인다.     


"미련에 속으면 약도 없다.  

  

입 짧은 내가     

고봉밥 한 그릇을 다 먹어도,     

라면 2 봉지를 끓여 먹어도     

넋 놓고 아이스크림을 한없이 퍼먹어도     

배 속도 마음도 허전해 미칠 것만 같아."    


이 시는 이별 후 미련 앓이를 하며 혼자서 넋을 놓고 독백하듯이 지은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본인이 깨달아야 멈추고 벗어난다. 미련! 내가 품지 않는다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과거의 그리움에 사로잡혀 새로이 다가오는 인연을 막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한다. 물은 흘러야 맑듯이 감정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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