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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Sep 12. 2024

10. 엄마의 손맛(그리움)

그리움의 향기


"고기!"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그만큼 고기를 좋아한다.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아침에 먹는 고기는 꿀맛이다. 예전에는 엄마가 나를 위해 고기를 냉장고에 항상 준비해 두셨다. 갈비, 닭볶음탕, 제육볶음을 혼자서도 바로 익혀서 먹을 수 있도록 양념에 재워 두셨고, 바쁘실 때는 차돌박이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두시곤 했다. "부지런히 구워 먹어라"라는 말씀과 함께. 엄마의 지극한 사랑이 느껴져 가슴이 아련해진다.     


그때가 좋았지... 라며 허탈하게 미소 짓는다. 독립한 후로는 냉장고 어디를 봐도 고기를 찾아볼 수 없다. 가끔씩 재운 고기를 사다가 프라이팬에 구워 먹는 게 전부다. 평소 식욕이 그다지 왕성하지 않은 나는 배고프면 먹고, 그마저도 시간이 안 날 땐 간단하게 우유와 빵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가끔 어질어질하기도 하지만 피로 누적으로 이해하려 한다. 하지만, 뻔히 알고 있다. 영양 결핍도 포함된다는 것을...


얼마 전부터는 안 되겠다고 느껴서 여러 가지 음식을 시도해 보려는데, 갑자기 울컥해진다. 엄마의 얼굴이 눈에 선하다. 그 순간, 그리운 마음이 커져 하루라도 빨리 찾아뵈어야겠다는 결심이 강해졌다. 나는 주말에 건강 보조식품을 사들고 찾아뵌다. 한참 고기를 재워 주셨던 젊은 엄마는 이제 세월이 지나 백발의 할머니가 되셨다.


엄마는 내 얼굴을 쓸어내리시며, 여기저기가 괜찮은지 살펴보신다. 그리고 따뜻한 손으로 어루만져 주신다. 정성스러운 엄마표 다과상을 가운데 놓고 모녀의 수다가 시작된다. 엄마께서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많으셨는지,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쉴 새 없이 이야기하신다. 이야기보다 엄마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내 눈을 적시 운다. 자식의 전화와 방문을 간절히 그리워하시면서도 바쁜 상황에 방해가 될까 싶어 보고 싶다는 표현도 마음 편하게 못하셨던 엄마께 죄송스럽기까지 하다.


딸과 마주하는 엄마의 흰머리와 주름살은, 그동안 최선을 다해 살아온 엄마의 삶을 나타내는 세월의 훈장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이런 딸의 마음을 전해드리며 엄마께서 세월의 흔적을 아름답게 여기실 수 있도록 위로의 말씀을 해드렸다.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머리와 가슴에 새긴다.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피곤해도 마음만 먹으면 전화 한 통 드릴 수 있고, 잠시라도 찾아뵈는 자식 된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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