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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Sep 14. 2024

11. 술에 취해 전화하지 말아요(애틋함)

그의 유혹


미련은 작은 유혹에도 마구 흔들리는 갈대와 같다. 감정을 다 잡으려 해도, 옛 향수에 홀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마구 휘청인다. 지난날의 관계에서 애틋함을 뒤로한 채 이제 막 그를 지우려 하는데, 한 번씩 내 가슴에 불꽃이 일어날 때면, 재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벅차오른다. 하지만 그와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실이 괴롭기만 하다.


이러한 와중에도 한밤 중 심금을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바짝 애가 타고, 그 감정을 주체하기가 쉽지 않다.    


제발 부탁인데, 술에 취해 전화하지 말아요. 울리는 벨 소리에 내 가슴은 요동쳐요! 나는 또 이 순간을 참지 못하고 결국엔 당신의 전화를 받아야 하잖아요."


다음 날이면 아무 연락도 없을 거란 거 뻔히 잘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하루 종일 전화기만 바라보고 있을 나겠죠. 차라리 간밤의 꿈이었으면 기다리지도 않았을 텐데  라는 생각과 함께 말이에요. 아파요, 내겐 당신이 너무 아파요...”     


그에게 남아있는 애틋함을 애써 지우려 하지만,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다시금 마음이 흔들린다. 연달아 두 번, 세 번 반복되는 그의 전화를 결국 나는 받지 않는다. 그동안 단단히 다잡았던 감정이 한순간에 우르르 무너질까 두려워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머리로는 지우려 노력했던 만큼, 가슴으로는 이런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나를 미워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 자신에게 지금까지 잘 버텨냈고, 수고했다는 위로를 전해본다.  


나는 이제 내 감정에서 그의 손을 살포시 놓는다. 더 이상 내 사랑이 아니니, 새로운 인연의 바람을 타고 자연스럽게 흩날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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