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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Sep 16. 2024

12. 뒤늦은 후회(후회)

그 한마디를 하지 못했어


표현은 자신감이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표현한다는 자체에는 용기가 내포되어 있으니 말이다. 특히나 사랑의 표현이라는 어조는 듣기만 해도 설렘이 맴돈다. 하지만 굳이 일과 사랑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일을 택할 것이다. 사람에게는 우선적으로 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삶의 활력이 생기고, 의욕이 따라오며, 그다음으로는 자신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이 소홀히 여겨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는 음과 양의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이때 우리는 심신의 밸런스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마음이 온화해지고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것은 나 자신이 귀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의미 있는 감정임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이 너무 바쁠 경우에는 사랑을 병행하기 쉽지 않다. 일에 전념하면 사랑이 울고, 사랑에 집중하면 일이 소홀해진다. 결국, 두 가지 모두를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그와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가끔씩 안부를 묻는 정도에서 그칠 뿐, 더 이상 나와의 거리를 좁히지 않는다. 나는 그런 그를 '매너 있네'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왜 이리 소극적이야? 남자 맞아? 돌부처야?'라는 답답함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를 느낄 수 있었다. 나를 향한 감정을 숨길 수 없는 눈빛, 애써 내면을 감추려는 모습, 마주치기 직전에 살짝 피하는 시선! 이 모두가 나를 흔들리게 한 것은 사실이다. 이 사람이 그냥 이대로 스쳐 지나간다면 안타까움이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감정에 충실하기로 마음먹고 그에게 표현하려 다가가려는 순간 덜컥 겁이 난다. 감정은 멀더라도, 업무적으로 연결된 상태를 유지해야 오래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저버린다면 그와의 연결이 끊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나의 감정은 차가운 얼음처럼 얼어버리고 만다.     


"결국 그 한 마디를 하지 못했어.   

 

너를 향한 나의 감정의 흐름에 솔직하지 못했어. 그래서 표현에 인색했고, 혹시라도 다가가면 당황스러워할 너의 붉어질 얼굴을 상상하며 나 역시 그 모습에 상처를 받을까 봐 뒷걸음질 치기 바빴던 것 같아.     


지금도 나의 감정선은 너에게 닿기를 원하지만, 이미 조금은 먼 곳에 와 있고, 그러한 이유로 연결이 어렵다면 그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다만, 단 한 마디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있어.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묵묵히 믿어주고 멀리서나마 내 옆을 지켜줘서 많이 고마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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