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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Sep 19. 2024

13. 진심이 통하지 않는 순간(실망)

그와 나의 엇갈린 감정


인간관계에서 상대가 진심이기를 바란다. 나 또한 진심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그렇다고 해서 상대도 그래야 한다는 원칙은 존재하지 않지만, 인간관계에서의 진정한 마음이란 서로에 대한 존중이며, 이것이 기본적인 자세라고 여겨진다.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소통하는 사람들 모두와 좋은 인연을 맺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군다나 직접 대면하지 않은 사람과의 소통은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소통의 한 예로 SNS를 들 수 있다. 몇 년 전, 어느 SNS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사람과의 경험이 떠오른다.


처음에는 나의 직업인 타로 마스터라는 명목 아래 상담을 요청받았다. 그의 고민을 진심으로 마주한 나는 따뜻한 인간미를 풍기며 최선을 다해 상담에 임했다. 그는 그런 나를 천사라 부르며 본격적으로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운의 흐름을 읽는 타로 마스터라면 더욱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때문에 절대 객관성을 잃지 않으며, 오로지 고민에 대해 일대일로 대면해야 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그를 기분 상하지 않는 선에서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그는 내 말은 온데간데없이 제쳐두고, 본인의 감정에 충실한 채 과감한 로맨티시스트 버전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순수한 접근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의도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그의 욕정을 채우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되자 나는 그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계속해서 친구로라도 유지하자며 나를 끈질기게 잡고 있으려는 그의 가면을 쓴 마음을 서슴없이 놓게 되었다.


나의 직업적 특성상 모두에게 정서적인 안정의 영향을 주고자 한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온화함을 잃지 않았던 것에서 화를 불러일으킨 것이 아니냐는 절친의 한마디에 내심 '네 탓이다'라고 화살을 꽂은 것 같아서 서운하기도 했다.


오늘의 촉발 요인으로 한동안 마음이 편하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상담을 마친 후 잠시 티타임을 가지기로 한 나는 따뜻한 커피 한 모금에 눈을 지그시 감아본다. 그것도 잠시, 윙윙거리는 폰 진동 소리에 확인해 보니 상담 예약을 원한다는 모르는 고객으로부터 온 연락이다. 느낌이 이상하다. 간절하게 상담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직관이 발동한 이유다.


대개 이러한 경우에는 타로 마스터의 능력을 테스트하려는 의도나 일시적인 장난이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의 장난 욕구에 휘둘리지 않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러한 계기는 상담을 통해 직관이 발달한 이유도 있지만, 인간관계에서 오는 불신의 경험이 원인이기도 하다. 이들의 장난 발동에 놀아나기에는 이미 나는 단단해져 있다.


 인간관계의 본질적인 흐름은 내가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야 상대도 진심으로 다가온다는 점이다. 마찬가지로, 상대가 좋은 의도로 내게 다가와야 나도 그 손을 잡아줄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나는 인간관계의 미묘한 진실을 더욱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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