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성장이다
가족의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로 인해 급히 병원에 달려가야 했던 적이 있다.
하필 그날 친구가 주최하는 중요한 행사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이미 참석하기로 한 나는 어쩔 수 없이 친구에게 이러한 상황을 전하며 불참할 수밖에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 마음 또한 편하지 않았다. 그냥 친구도 아닌 13년 절친의 행사였고, 그곳에서의 나의 역할 또한 중심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구의 반응은 예상외로 차가웠다. 한숨부터 몰아쉬더니, "그래, 할 수 없지! 알았어." 하고 끊는 것이 아닌가?
나는 서운했다. 그래도 친구가 "그래, 건슬아. 건강이 먼저지. 여기는 내가 어떻게든 진행해 볼 테니까, 가족부터 잘 돌봐드려. 너무 걱정하지 말고."라고 말해주길 바랐다.
물론 친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본인 인생에서의 처음이자 중요한 행사에 가장 친한 친구가 불참한다는 것에 대해 큰 서운함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은 오직 단 하나뿐이다. 만약 본인의 가족이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면, 과연 제쳐두고 친구의 행사에 달려갈 것인가?
그날 이후 ~ 나 역시 기분이 몹시 상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대면하고 풀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수차례 연락을 했으나 받지 않았고, 집까지 찾아갔지만 친구는 끝내 나를 외면했다.
나는 점점 지쳐갔다... 심지어 친구가 괘씸하기까지 했다. 내가 무슨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었고, 화해하려는 나의 모든 노력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 일을 계기로 친구와의 관계지속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감정은 서로 주고받고 나눠야 개선 및 유지되는 것인데, 막상 갈등이 생겼을 때 묵언으로 대처하는 친구의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처럼, 나와 13년 친구와의 관계 또한 언젠가는 변화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친구와의 갈등을 풀기 위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더 이상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저 시간의 흐름에 맡기기로 했다.
"우리가 어떻게 되든, 나는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을 거야.
인연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