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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슬 작가 Mar 13. 2024

03. 재회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입니다

  



재 회 



깊은 밤 잠시 명상에 잠긴다. 앞 전의 상담내용을 모두 비워내고. 새로운 상담을 위한 마음 정화를 위한 작업이다.


그러나 두 시간 전 커피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명상은커녕 쏟아지는 잠을 이겨낼 재간이 없다.

졸음 앞에는 장사 없다더니... 하지만 이대로 잠든다면 천하에 건슬이 아니다.


나 자신이 머리로 말한다.

건슬! 즉시 눈을 떠.”

1초도 안 되는 순간 노곤함은

이미 멀리 여행을 떠난 후이다.    

 

내겐 오늘의 하이라이트 상담이 한건 남아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활짝 켠다. 

마음의 환기를 위해 창문도 열어본다.

봄바람이 제법 차갑다.


상담할 내담자님의 감정이 바람을 타고 내게 전해진다.

자정이 다 되어가는 이 시간에. 상담 예약을 한 내담자님의 마음은 오죽할까...


~ 가슴이 쓰리다.

하지만 타로마스터의 중심은 그 어떤 감정에도 흔들려선 안된다.

지금까지 내면의 축을 지키기 위해. 적지 않은 시간 심신을 갈고닦은 이유이기도 하다.    

 

여보세?”


걱정했던 것보다 내담자님의 차분한 음성에 내심 마음이 놓인다.


"안녕하세요 타로마스터 건슬입니다. 힘드시겠지만 최대한 마음을 편안히 해 주시고요."


...”


준비가 되셨다면 타로 상담을 시작하겠습니다. 타로카드는 미래를 예측하기 좋은 도구입니다. 향후 3개월 정도가 가장 정확하게 나오는데요. 주제로는 크게 금전운, 관계운이 있습니다.

어떤 점이 궁금하세요?”


헤어진 여자 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는지 볼 수 있나요?”


네 재회운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타로카드로 분석해 보니 재회는 힘들 것으로 보였다.


여자 친구는 현재 큰 상처를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내담자님이 일방적으로 크게 잘못한 게 있나요?

예를 들면 바람을 피웠거나, 큰 오해를 사실만한 말이나 행동이라던지요.”


? 맞아요! 오해... 정말 오해였어요.”   

 

어떤 오해셨을까요? 타로 카드상으로 두 분 이외에 제3의 인물이 개입됐을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 저에게 이 부분을 설명해 주셔야 보다 정확한 분석을 해 드릴 수 있어요.”     


회사 회식 후 여직원이 술에 많이 취해서 데려다 주기 시작한 게 화근이었어요. 그 후, 고맙다며 밥 한 끼 산다길래 망설임 없이 한 끼 했고요. 점 점 친분이 생겨 서로 고민도 상담해 주고 밖에서 만나기도 하고...”     


그랬군요. 뽑은 타로카드상으로 보면. 여자 친구는 내담자님과 연애 당시 솔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극한 외로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여요. 내담자님 입장에서는 오해였겠지만. 내담자님 얘기와 타로 카드를 살펴보니 내담자님은 회사 여직원과 간접 연애를 하고 있었던 걸로 느껴집니다.

본인이 의도한 바가 아니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러니 제 말에 기분이 상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자 친구 입장에서는 내담자님이 여자 친구와 회사 여직원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생각지도 못한 일로 큰 배신감을 느끼고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혹시, 여자 친구와 오해를 풀 노력은 충분히 해 보셨나요?”     


제 나름대로는 충분히 했지만 믿어주지 않았어요. 오해로 자주 티격태격하다 보니 저도 지쳐가고... 나중엔 회사 여직원이 더 편해지더라고요.”   

  

... 상황이 오해를 부르고 오해가 이별을 낳았군요. 그런데요. 현재 여자 친구는 호감 가는 이성이 따로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부분은 모르고 계셨을 것 같은데요?


"네? 새로운 남자가 생겼다는 건가요?"


"현재 사귀는 사이는 아니고요. 호감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그... 그럼, 저는 이대로 여자 친구와 끝인 건가요? 방법이 없을까요?     


"재회운 결과를 종합적으로 말씀드리면.

내담자님은 평소 날카롭고 예민한 여자 친구보다. 서글서글하고 대화가 잘 되는 회사 여직원에게 끌리셨을 겁니다. 단순 회사 동료일 뿐이다라는 내담자님 말과 다르게. 여자 친구 입장에서는 내담자님의 일관적이지 못한 행동에 큰 상처를 받은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현재 내담자님을 단념한 상태로 나옵니다.

대신 그녀에게는 호감 가는 새로운 이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내담자님의 재회가 가능할까요?라는 질문에 아쉽게도 어렵겠다는 말씀을 해드리게 되었네요."


내담자님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선생님... 말이 맞아요 혼날까 봐 말씀 못 드렸는데 보통분은 아니시군요.

사실은 저 회사 여직원에게 끌리긴 했어요. 평소 소극적인 여자 친구에 비해 여직원은 밝은 성격으로 사교적이고 대화가 잘 되어서 마음이 가긴 했습니다. 그래도 여자 친구와 이별을 생각하진 않았는데... 아무튼 제가 오해살만 한 행동을 했으니 잘못하긴 했죠..."


"내담자님. 너무 자책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내담자님의 어중간한 행동으로 오해를 부른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다 보니 내담자님은 흐름을 따라서 걸어간 것뿐입니다."


상담이 끝나고 난 뒤 마음이 먹먹하다. 재회를 원하는 내담자님의 실망한 목소리. 계속되는 한숨소리, 숨죽이는 흐느낌... 때로는 모르고 싶은데 너무나도 잘 느껴진다. 그래서 괴로움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


물론 내담자님이 덩실덩실 춤출 정도로. 상담내용을 매우 아름답게 이끌어 갈 수 있다. 

하지만 내담자님의 연애운에 나의 상담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감 없이 상담 진행을 해야 한다. 

타로마스터로서의 사명감을 헛으로 새기지 않았다면 말이다.     




- 오늘 그대에게 -   


내 상담이 아팠다면 미안해요.  

지금 당장은 제가 재회가 안 된다고 말한 것이 미울 수 있고,  

적게나마 원망스러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제가 왜 그렇게 해야만 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거예요.       


아픔을 딛고,  

당신의 마음이 다시 일어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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