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운 II
타로 상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제 중 하나는 연애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연애는 남녀 간의 음양 조화를 이루는 유일한 감정이다.
연애의 감정은 건강한 신체와 정신이 균형을 이뤄야 행복하다.
모든 관계에서 그러하듯 연애관계에서도 말과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이미 벌어진 상황 앞에 꾹 참으려 했지만 실수였다는 표현은 상대방에게 변명으로 들리기 마련이다.
그만큼 아무리 분노해도 해야 할 말과 행동,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은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구분지어야 한다.
상담 중에는 더욱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럽다. 더군다나 타로 상담을 받는 내담자님의 심리상태는 불안정하다. 마음이 복잡한 내담자님에게 나의 말 한마디가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것은 철칙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담 중에는 오로지 내담자님에게만 집중해야 한다. 집중해야 상담주제에 맞게 맑은 파동에너지가 발생한다. 집중된 파동에너지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이런 이유로 지금 나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사람의 파동에너지도 끌어올 수 있다. 감사하게도 집중력이 뛰어난 나는 이 능력을 살려 온라인 상담을 잘 이끌어가고 있다.
가는 날이 장날이다. 하필 상담 스케줄이 꽉 차 있는 날. 소개로 상담 의뢰가 들어온다. 내게 대사를 치듯 모두가 하나같이 원하는 바가 같다. ‘급하다. 지금 바로 상담 가능하냐. 어떻게 좀 안 되냐’ 등 순식간에 내 정신을 쏙 빼놓는다.
하지만 이미 예약된 내담자님들도 모두 다 다급한 분들이다. 마스터 임의대로 스케줄을 바꿔 놓을 순 없다. 하는 수 없이 점심시간을 미루고 상담을 시작한다.
“타로상담은 주제로는 크게 금전은, 관계운이 있습니다. 어떤 주제로 보시겠어요?”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서 연락이 오는지 볼 수 있나요?”
“타로 상담은 질문이 구체적이어야 정확한 분석을 해 드릴 수 있어요. 우선적으로 연락만 오기를 바라는 건가요? 아니면 연락이 온후 다시 만남이 이어질지가 궁금한 건가요?”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긍금해요...”
“네 그렇다면 재회운으로 상담을 시작하겠습니다.”
타로마스터건슬 '재회운' 상담 자료(유니버셜웨이트 타로카드)
집중해서 타로카드를 뽑아보니 두 사람의 관계는 결혼까지 갈 수 있는 인연으로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내담자님에 대한 남자친구의 마음이 매우 실망이라는 것이다.
“혹시 내담자님 성격이 급하신가요?"
"네 제가 성격이 많이 급한 편이긴 해요."
"평소 남자친구에게는 내담자님의 급한 성격이 다소 공격적으로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을 것으로 보여요. 그런 이유로 자주 티격 태격 하진 않았나요?"
"네? 선생님 그걸 어떻게... 맞아요. 제가 한번 짜증이 나기 시작하면 남자 친구에게 따따따 말로 퍼붓긴 했어요. 남자 친구는 너무 소극적이어서 평소 표현을 잘 안 하거든요. 그런 남자친구가 너무 답답했어요.
저도 자제하고 싶은데 한번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면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게 문제 이긴 해요."
“혹시 남자친구와 다투는 도중 홧김에 먼저 헤어지자고 말했나요?”
“네... 너무 화가 나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그녀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때가 가장 난감한 순간이다. 상담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다. 한 타임의 상담이 균형을 잃게 되면 다음 예약 상담이 모두 흐트러진다. 내담자님들의 아우성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센스 있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마스터의 역량이다. 이별의 쓰디쓴 고통을 모르지 않기에 그저 따뜻함을 건네드리고 싶은 마음은 어느 내담자님에게나 공평하다.
“괜찮습니다. 힘드시면 실컷 울어도 돼요. 다만 저에게 사실 그대로만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 그래야 제가 정확한 타로 분석으로 양질의 조언을 드릴 수 있어요. 천천히 상담을 이어가도 괜찮을까요?”
“네... 선생님.”
“두 분이 서로에게 진심인 것은 맞습니다. 다만 두 분의 성향이 다른 것뿐이지요. 남자 친구의 성향을 보면 변화를 좋아하지 않아요. 일도 사랑도 꾸준하고 안정적인 것을 추구합니다. 반대로 내담자님은 성향은 도전적이고 매 순간에 변화를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연애패턴의 조화를 이루기 쉽지 않았을 거예요."
"..."
"때마다 내담자님은 남자 친구의 지루한 연애 패턴을 견디지 못해 헤어지자는 말을 자주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남자친구 입장에서는 연애패턴이 안 맞는 것보다 내담자님의 반복되는 이별 발언(우리 헤어져)에 큰 실망을 했을 것으로 보이네요."
"네 선생님 맞아요! 타로 카드에 그런 게 다 나오나요? 너무 신기해요."
"내담자님이 그만큼 상담에 집중해 주셔서 타로카드가 정확히 나온 겁니다. 아주 잘해주고 계세요."
"선생님 그럼 저와 남자 친구는 어떻게 될까요?"
"내담자님의 질문인 재회가 될까요? 에 답변을 드리면 재회는 됩니다."
"네? 정말요. 감사해요 선생님."
"하지만 안도하시기엔 아직 이릅니다. 물론 현재 남자친구의 마음도 내담자님을 놓지 못하고 있어요. 내담자님 역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상태이고요. 하지만 내담자님은 현재 이 순간에도 남자친구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
"네.. 제가 잘못했지만 사실 남자 친구에게 먼저 연락이 오기를 내심 바라고 있긴 해요."
"그런데 이번에는 내담자님이 먼저 연락을 하셔야 합니다. 남자 친구가 먼저 연락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를 말씀드리면 남자친구는 이번에 내담자님에게 매우 큰 실망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에요. 그만큼 신뢰가 무너지고 상처도 받았을 거라는 얘기가 됩니다. 그러니 이 상황에서 내담자님의 자존심이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요. 남자친구에게 진심이라면 더욱 그래야 하고요.
다만 먼저 연락하시되 평일 말고 오늘이 수요일이니까 주말인 토요일 정도 하시길 권해드려요. 이때 주의할 점은 연락해서 대뜸 '나 안 보고 싶었어? 내 걱정도 안 돼? 왜 연락 안 했어?'가 아니라 ‘내 경솔함에 상처받았다면 미안해’라는 사과가 먼저입니다.
내담자님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남자친구가 받은 상처에 직접 재생 연고를 발라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남자친구가 받은 상처를 훌훌 털어낼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두 분이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는 분위기로 진행될 테고요.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나요?"
"선생님 그럼 저와 남자친구는 언제쯤 결혼이 가능할까요?"
"네 우선은 두 분의 화회가 먼저인 것 같습니다. 원만한 관계가 유지될 때 새롭게 '결혼운'상담을 받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