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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외로움을 아나요?

잠시 머물러 주는 마음


외로움이
한가함의 문제가 아니라면요...?



외로움을 유난히 잘 타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려는 척조차 어려운 모양이다. 오히려 무심한 듯 이렇게 말한다.


“너무 한가해서 외로움을 느끼는 걸 수도 있어요. 더욱 바쁘게 살아보세요. 외로울 틈이 있나!"


물론 이 사람의 말에도 일정 부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시간의 여유가 원인이라기보다, 마음이 느끼는 내적 감정에서 비롯된다. 외로움은 외부에서 온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주로 자신과의 거리가 멀어질 때 느껴진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반드시 외롭고 쓸쓸하다고 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시간에도, 그들에게 녹아들지 못하거나 서로 에너지가 통하지 않는 경우에 마음이 자신에게서 멀어지며 외로움의 향기가 짙어진다. 사람들 속에 있어도, 정작 나 자신은 그 자리에 멈춰버린 순간처럼 말이다.




앞서 바쁘게 살아보라고 한 그 말 역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이가 듣기에는 서운한 말일 수 있다. 그냥 그 순간 잠시 공감해 주는 척이라도 해 줄 수 있는 부분인데, 굳이 그렇게까지 냉철하게 말할 필요가 있었는지...


오히려 그 사람의 말을 듣는 상대는 가뜩이나 외로운 데다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더욱 외로움을 느꼈을 것이다.



외로움 곁에서 필요한 것은 조언이 아니다. 그저 잠시 머물러 주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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