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6. 엄마의 향기

그리운 손맛이 더 그리운 날에


나는 김치를 사 먹는다. 간편할뿐더러 맛도 좋고, 청결 면에서도 믿을 만하다. 시중에 파는 김치 맛에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그리운 맛은 깊은 손맛이 깃든 엄마표 김치다.


찾아뵌 지 오래되기도 했고, 너무 보고 싶은 마음에 얼마 전 엄마를 찾아갔다. 어찌나 반가워하시던지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딸이 된 것 같아 내심 죄송스럽기까지 하다.


점점 수척해지고 세월이 얼굴에 고스란히 남은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니 가슴이 뭉클하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는 딸의 두 손에 무엇이라도 쥐여 보내고 싶은 엄마의 마음... 인스턴트 음식으로 대충 때우는 것은 아닌지 늘 걱정이시다. 바빠서 때마다 밥은 못 해 먹더라도 햇반에 반찬을 곁들여 잘 챙겨 먹으라며,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신다.


엄마의 사랑을 그리며 오늘 저녁은 참치김치찌개를 끓여 본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예전에 엄마가 손수 끓여 주신 김치찌개 향이 그윽하게 올라온다. 어느새 손맛까지 닮아,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운다. 멈추지 않고 밥솥으로 향한다. 반 그릇을 더 채운다. 양이 많지 않은 내가 얼마 만에 이렇게 든든하게 먹는 집밥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순간 엄마 얼굴이 떠오른다. 언제 불러도 울컥해지는 단어, 엄마...

집에 오기 전 나눈 대화가 마음에 남는다.



"건슬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야. 건강이 우선이야. 알겠지? 살아 보니 복잡할 것 없더라. 어차피 가는 인생, 따뜻한 밥 먹으며 즐겁게 사는 게 최고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