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안부, 그 곁에 머무는 마음

스치는 바람처럼 그렇게...



진심은 긴말보다 스치는 한 마디에 담겨있다.



자주 만나고 연락하지 않아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관계가 있다. 한 번씩 연락할 때마다 굳이 “별일 없지?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라고 묻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다. 마치 어제 얼굴을 본 것처럼 “모닝커피 한 잔 했어? 오늘 많이 쌀쌀하지?”라며 자연스럽게 안부를 주고받는다. 그럼에도 불편한 기류는 흐르지 않는다. 여전히 예전 그대로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본다.




평소 나는 나 자신과 주변을 꾸미고 가꾸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큰 사건을 마주하면서 그것을 처리하느라 한동안 스스로를 잊고 지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내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주변 물건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조차 신경 쓸 겨를도 없어, 그저 정신이 분산된 채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나마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아는 동생으로부터 종종 오는 연락이었다. 평소 신경 쓰는 듯 안 쓰는 듯 툭 던지듯 건네는 그 한마디가 마음을 다잡는 데 잔잔한 힘이 돼주었다. 한 살 차이지만 때로는 언니처럼, 때로는 하염없이 동생처럼 느껴지는 다채로운 면을 가진 사람이었다.


인기척 없이 나타났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오래 알고 지냈지만 참 알다가도 모를 동생이다. 오늘도 "언니, 새해 복 많이 받아."가 아니라 "언니, 떡국 맛있게 먹었어?"라며 자연스레 안부를 묻고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러면서 던진 말은,

"우리 건슬 언니, 예전엔 셀카도 자주 찍어서 프로필 사진도 업데이트하고 그러더니, 요즘은 언니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가 없어서 난 참, 그 시절이 그립네." 하며 웃고 넘긴다. 결국 그 걱정스러운 마음이 연락으로 이어졌다. 통화 끝무렵 동생의 웃음이 남긴 섬세한 여운 속에서 나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날~ 다시 한번 혼자 버텼던 시간들을 조금씩 돌아볼 수 있었다.


힘들었던 날들을 오롯이 믿음으로 견뎌낸 나 자신을,

삶의 시련 속에서 놓치고 지나쳤던 일상의 소중함을,

굳게 닫힌 마음을 따뜻한 온기로 열어주는 관계의 힘을 느꼈다.


상대를 배려하느라 내색하지 않고 스친 그 한마디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마음 교류가 주는 큰 위안을 이따금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