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 조각

허전함을 마주하는 시간


나는 언젠가부터 허전함을 자연스러움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친구들도 결혼하고 각자 가정을 꾸리다 보니, 아이 양육과 가정 경제에 신경 쓰느라 모두가 바쁘다. 결혼 전에는 10번 정도 만났다면, 결혼 후에는 5번, 그러다 1~2번, 그마저도 끊겨 이제는 가끔씩 연락을 주고받는 것이 전부다.


예전에는 아이 돌잔치나 이런저런 행사 때 부리나케 연락이 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아이들도 제법 초등학생, 중학생이 되어 연락할 일이라곤 서로의 부모님 경조사뿐이다. 그러다 보니 친구가 그립다 못해, 벗에 대한 갈증을 느낄 때가 많았다.




때로는 참다운 벗과 소소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가 있다. 아쉽게도 동료들을 제외하면 그럴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럴 때면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연락처를 하나씩 넘겨본다. 이 친구에게 전화해서 만나자고 하고 싶지만, 직업군인 남편을 따라 먼 곳에서 생활하느라 쉽지 않다. 또 다른 친구에게 전화해볼까 싶어도, 얼굴 본 지 오래되어 왠지 어색함이 느껴진다. 결국 핸드폰을 내려놓게 된다.


예전 같으면 이러한 상황에서 외롭다는 생각과 함께 알 수 없는 씁쓸함이 밀려오기도 했지만, 점점 그 과정을 지나오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러면 이런가 보다, 저러면 저런가 보다. 사람 사는 일인데 그럴 수도, 저럴 수도 있지...” 하며 미소 짓는다.


그 순간 문득 “나 정말 이러다 산속으로 들어가 성찰하는 것 아니야? 설마, 나는 자연인이다 한번 찍게 되는 건 아니겠지” 하고 스스로 깜짝 놀라기도 한다. 하지만 도시 생활에 최적화된 나는 “글쎄... 내가 산속에서?" 하며 허탈하게 웃어넘길 뿐이다.




그럴 때면 밖으로 나간다. 걸어도 보고, 뛰기도 하며, 숨이 차면 카페에 가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런 내 모습이 나 조차도 낯설고 어색했지만, 이제는 그저 자연스럽다. 이 또한 내 삶의 한 조각이니, 허전함도 이제는 즐길 법하다.


언젠가는 한 조각 한 조각 모여 맞춰질 퍼즐을 생각하니, 괜찮은 삶이라는 기분에 가슴이 설렌다.


혹여나 미완성된 퍼즐이라 할지라도, 그 또한 매력 있는 삶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