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도에게
아빠는 왜 나의 아빠가 좋았을까?
라가 처음 생겼을 때, 아빠가 싱가포르에서 아버지 학교를 간 적이 있어. 아버지 학교는 자기와 아버지의 관계를 복기하면서 나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될까 배우는 학교였어. 그래서 같이 듣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들의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들을 공유하는 시간이 많았거든. 폭력적인 아버지, 무관심한 아버지, 칭찬에 인색한 아버지… 사람들이 아버지에게 상처를 많이 받았더라.
근데, 아빠는 좀 공감이 안 갔거든.
난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는데? 아버지를 많이 존경하는데?
나에겐 내가 좋은 아버지를 둬서 감사하단 생각만 일깨운 시간이었단다.
근데, 나의 아버지를 돌아보면… 아빠는 아버지랑 그렇게 살갑게 대화해 본 적도 없어. 아버지가 나에 대해 큰 기대감을 가지셨단 건 잘 알고 있었는데, 그게 나를 크게 짓누른 적도 없었어.
아버지가 항상 내 편인 것도 아니었거든. 내가 한 번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염색을 한 적이 있는데, 그날 밤 아버지가 나를 보고 크게 실망하시는 걸 보고, 다음 날 바로 다시 염색하고 왔어.
내가 아버지를 가장 필요로 할 때는, 먼 이국땅에서 계셔서 그렇게 가깝게 지낸 것도 아닌데 말이지. 또, 돈엔 꽤 인색하셔서 아들에게 뭘 사준 적도 없거든.
남들은 아버지의 인자한 웃음을 많이 기억할지 모르지만, 나에겐 꽤나 무서운 분이었거든.
그런 아버지가 나에겐 왜 좋은 기억을 남아있을까?
아직도 잘 모르겠어. 근데, 그냥 좋아.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
아버지가 없는 자리가 아직도 나는 너무 아파.
굳이 한 가지 이유를 꼽자면, 아버지는 항상 진정성 있게 사시려고 노력했던 사람이었던 거 같아. 그래서 아버지에게 믿음이 간 건가?
아빠도 나이가 좀 들어서, 너희 할아버지가 내 나이였을 때, 나는 여섯 살이었구나. 나는 그때의 아버지보다 훌륭할까? 그럴 수도 있지.
근데, 아빠는 아직도 너희 할아버지를 닮고 싶단다.
너희도 커서 아빠를 닮고 싶어 할까? 그랬으면 좋겠네. 매우 자랑스러울 거 같아.
오늘 아빤, 너희 할아버지가 또 보고 싶어.
아빠, 나 잘 살고 있는 거지?
너희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