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시도에게
너희가 모두 태어났을 때였던 거 같아. 서울 강남에 모처럼 맛있는 걸 먹으러 갔어. 그 동네는 주차장이 크지 않으니까 대부분 발레파킹을 해. 아빠는 네 할머니가 운전하시던 오래된 소나타를 타고 갔지.
할머니가 운전을 잘하시지 않잖아? 차가 군데군데 긁혀 있었어.
우리는 밥을 맛있게 먹고 차를 찾으러 내려왔어. 그리고 발레파킹하는 직원에게 차를 부탁했지. 어딘가 있던 차를 가져온 직원이 차문을 발로 팍 열면서 내리더구나.
소나타라고 무시했던 것일까? 어디 강남에서 이런 차를 타고 다니냐며.
그 친구가 이해되긴 했단다. 주로 보는 차들은 멋진 외제차, 고급 신형차들일 텐데, 그 소나타는 그 동네에서 흔치 않은 차였지.
그래도 이런 일을 당하면 누구든 기분 나쁠 거야. 무시당한 거니까.
그런데 아빠는 참 이상한 사람이야. 그때 아빠는 기분이 나쁘기보단, 그 친구가 불쌍했고, 나 스스로도 뿌듯했단다.
세계적인 부자인 워런 버핏도 도요타 캠리를 탄다지? 아빠도 (물론 할머니 차였지만) 소나타 탄다. 물론 워런 버핏 같이 큰 부자는 아니지만, 아빠가 그렇게 무시받을 사람은 아닌데 말이지.
그 친구는 우리를 아마도 이렇게 봤겠지.
주제에 안 맞게 이런 레스토랑 오다니… 분수에 맞게 살아라!
이런 오해를 받는 건 좋은 일이야. 왜냐하면 사실이 아니니까. 너희가 그런 것에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지 않았으면 한단다. 그 친구의 좁은 생각이 안타깝단 생각 정도면 좋을 것 같아.
이게 그 친구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으면 해. 물론 그 친구도 좀 더 친절할 수 있었겠지. 하지만 세상이 그 친구에게 그렇게 가르친걸. 좋은 차를 타야 부자고, 훌륭한 사람이고, 존경받을 사람이다.
너희가 그렇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산 증인이 되길 바란다. 아빠도 그렇게 살아볼게.
너희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