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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실망

by 용간

라시도에게


아빠가 오늘 실망스러운 소식을 들었어. 뭔가에 지원했는데, 떨어진 것 같아.


교수의 삶에서 거절당하고, 떨어지는 건 다반사여야 해. 뭔가 새로운 이야기를 남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듣는 사람들은 일단 그 이야기를 거부할 가능성이 더 많거든. 그게 엄밀함이 요구되는 연구라면 더 그렇겠지.


아빠도 논문이 엄청 거절당했단다. 그래도 남들보다 성공 확률이 더 높은 거 같긴 해.


그래도 거절은 견디기 어려운 일이야.


오늘 받은 거절은 좀 유난히 아플 것 같아. 당연히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은 아니었어. 되는 게 더 신기할 일이었으니. 근데 좀 욕심이 나는 일이었거든.


지원할 때 이건 욕심이라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안된 것 같다고 생각되니 아프네.


그런데, 이 아픔이 때로는 유익한 것 같아.


다음에 더 잘하자!


그런 생각은 아니야. 오늘은 이런 생각이 더 많이 들어.


너, 사람들의 인정이 꼭 필요하니? 나의 사랑이 충분하진 않니?


하나님께서 이렇게 속삭여주시는 것 같아.


솔직히 오늘은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 다시 하나님의 사랑이 나에게, 우리에게, 충분하다는 것을 깨달을 거라 생각해.


한 바퀴 걷고 와야겠어.


너희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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